현재 한국 학생선수들의 행복은 성적순이다.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않는 이상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은 이 시대의 학생선수들을 옭아매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엘리트’ 육성만을 강조하는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문화’를 조성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대회에서의 우수한 성적과 메달을 중시하는 정책은 한국 체육계가 오직 성공을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게 되는 부작용을 유발했다. 학교 운동부 선수는 학업은 무시한 채 훈련만 선택해야 했고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폭행에 시달리는 것도 감내해야만 했다. 한편 소수 엘리트 중심의 정책은 스포츠의 상업화와 결합하면서 ‘1등’ 운동선수만 잘 키우면 상당한 금전적 보상이 주어져 일선에서는 자발적으로 성적지상주의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류태호 교수(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는 “엘리트 체육을 옹호하는 이들은 박태환, 김연아 등 스타들의 국위선양 효과를 들지만 그러한 효과는 일시적이다”며 “이러한 체육 시스템 속에서 선수들은 화려한 성과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1년 단위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와 전국소년체전은 이러한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거둔 학생과 학교에는 금전적 보상, 해외 연수, 승진 가산점 등 어마어마한 보상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학교 간 과열된 경쟁이 불거지고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은 상당한 강도로 학생선수들을 훈련시킨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폭력문제와 학습권 박탈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운동부 지도자들이 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을 위해 비인권적인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또 학생선수들도 상급학교 진학에 가산점을 얻으려고 자신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발설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승리지상주의와 성과주의가 운동부 현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으로 인한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포츠클럽 중심의 생활체육문화가 정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생활체육은 소수의 선수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운동하는 엘리트체육과 달리 취미나 흥미를 중심으로 운동을 하는 대중적 스포츠 문화다. 주로 방과 후나 주말에 활동하는 스포츠클럽 문화를 통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기존 학교 운동부 문화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9년 현재 전국의 학교 스포츠클럽 학생 등록률은 27.4%다. 올해 2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2010년도 학교스포츠클럽 육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학교 스포츠클럽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엘리트 체육의 위축이 국제대회에서의 한국팀 경쟁력을 하락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순용 교수(체육교육과)는“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생활체육을 바탕으로 키워낸 두터운 선수층을 통해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며“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유기적 연계를 위해선 생활체육 기반 마련을 위한 시설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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