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향록연극회「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리뷰

인도의 서정시인 타고르는 “사랑은 끝없는 신비”라며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두 사람이 만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서로의 마음을 읽어가는 사랑의 과정은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을 낳으며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그림을 그린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금)까지 열린 향록연극회 정기공연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는 이렇게 사랑이 빚어내는 여러 감정을 무대 위에 담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나갔다.

이들은 권태를 느끼는 연인, 직장에서 해고된 뒤 홀로 상경한 남편을 찾아온 경상도 부인,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은 노총각, 노처녀 동창, 맹인과 그를 사랑하는 한 여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편과 부인의 사랑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낸다.

시작하는 연인들의 달콤함보다는 오랜 부부의 사랑에 주목한 「경상도 부부」는 시간이 만들어낸 부부 간의 진득한 사랑을 풀어낸다. 홀로 상경한 남편과 그가 묵고 있는 여관방을 불시에 방문한 부인이 풀어가는 경상도 사투리의 대화는 능청스럽고 때론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또 해고된 뒤 무작정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온 남편을 거칠고 투박한 사투리로 구박하다가도 자신을 위해 준비한 3천원짜리 팔찌와 사랑한다는 말한 마디에 감동하는 아내의 모습은 오랜 사랑에서도 느낄 수 있는 설렘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서울로 떠난 남편과 그를 찾아온 부인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경상도 부부」의 한 장면
사진: 이다은 기자 daeunlee@snu.kr


서른 다섯, 노총각과 노처녀 반열에 들어선 두 동창생의 이야기인 「노총각 노처녀」 역시 여관방을 배경으로 극을 시작한다. 여관방에서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이성 간의 미묘한 우정을 다룬 이 작품은 티격태격하다가도 서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두 남녀의 우정과 사랑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다룬다. 연인보다도 서로를 더 잘 알고 있는 그들의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룻밤은 함께 소풍을 가자는 약속과 함께 저물어 간다.

반면 불치병에 걸린 남편과 그를 바라보는 아내의 사랑을 다룬 「버릴 수 없는 사랑」은 사랑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를 그려낸다. 병마와 싸우며 극도로 예민해진 남편은 아내의 사랑을 의심하며 끊임없이 아내를 몰아붙인다. 지칠 대로 지친 아내와 한없이 비관적으로 변한 남편의 언쟁은 갑작스런 남편의 통증으로 중단된다. 진통제로 겨우 통증을 가라앉힌 남편은 아내와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은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애틋한 그의 고백에 아내 역시 그를 여전히 깊이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렇게 불치병으로 얽혀버린 감정의 실타래가 사랑으로 풀려가는 모습을 그리며 무대는 암전된다.

현실을 스케치해 낸 것과도 같은 그들의 작품은 드라마가 그려내는 환타지적 사랑이 아닌 우리네 사랑의 모습과 더 닮아 있다. 극의 기획을 맡은 김지수씨(식품생명공학전공·08)는 “사랑은 그 하나만으로는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이라며 “사랑의 설렘, 아픔처럼 사랑에서 비롯된 여러 감정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관객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질감과 명암의 다섯가지 소묘는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혹시 잊고 있었을지 모르는 사랑의 감정들을 찾아 가게 만든다. 올 가을, 향록연극회가 그려낸 사랑의 밑그림에 각자의 사랑을 물감 삼아 저 마다의 수채화를 완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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