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제5회 2010 서울연극올림픽

고대 올림피아 제전만큼 다채로운 축제가 그리스, 일본, 러시아, 터키를 지나 올해 한국에서 열린다. 1995년부터 수많은 나라의 연극을 한 자리에 모아온 「연극올림픽(Theatre Olympics)」은 9월 24일(금)부터 11월 7일까지 서울에서 축제의 장을 펼친다. 이번 축제에서는 국립극장, 명동예술극장, 남산예술센터,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 13개국 48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바보각시」(연출: 이윤택, 1993)

사랑(Love and Humanity)이라는 테마로 진행되는 이번 「연극 올림픽」에서는 전쟁, 기아와 같은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하고 평화를 지향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연극들이 무대 위에 오른다.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개막작인 ‘연희단 거리패’의 「바보각시」는 극을 통해 인간에 대한 구원과 희망을 그려낸다. 이 극은 마을의 소외받는 사내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다 추방된 여인이 재림한 부처였다는 살보시 설화를 실제 사건과 접목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여자의 암매장 사건에 설화의 상상력을 더한 연극은 그녀가 죽은 자리에서 희망의 상징인 미륵이 태어난다는 극적 표현으로 소외된 현대인의 구원을 노래한다.

세계의 연극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인 만큼 국가 간의 예술 교류 역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국의 ‘호모루덴스 컴퍼니’가 프랑스의 ‘무슈에 마담오 컴퍼니’와 함께 1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든 「블릭」은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국경초소를 지키다 늙어버린 군인들의 광기를 마임으로 표현한 이 부조리극은 국가의 정체성과 민족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풍자를 보여준다.

「블릭」 (연출: 남긍호, 로랑 글레레, 2009)

                                                                                     사진제공: 서울연극올림픽

국내 최초로 이란 연극을 만날 수 있는 이색적 무대도 준비 돼 있다. 레자 하다드 연출의 「침묵파티」는 파티에 참여한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원작의 풍자적 유머에 멀티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장면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를 더했다. 미국 극작가 닐 사이먼의 원작 「굿닥터」에서 소심한 하급 공무원이 장관의 머리에 재채기를 하게 되며 실수를 연발하는 ‘재채기’와 은행에 찾아온 노파가 지배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의지할 곳 없는 신세’ 등의 이야기는 이란의 문화적 색으로 덧입혀져 재탄생했다.
원래 이란 연극은 이슬람 교리에 의해 남녀 간 신체 접촉 금지, 여성의 춤 금지, 히잡 착용 등의 검열이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들을 보여준다.

「연극올림픽」의 부제인 ‘크로싱 밀레니엄(crossing millennium)’이라는 말처럼 축제에서는 연극 공연뿐 아니라 연극의 과거와 미래를 논하는 워크숍과 심포지엄도 열린다. 이 자리는 젊은 연극인들이 거장들에게 연기와 연출 방법론을 배우고 21세기의 연극을 전망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무대 바닥의 진한 나무냄새가 그리워지는 가을, 국경과 시대를 넘나드는 연극인들의 축제를 함께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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