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근본 목적 간과한
공교육 정상화 무의미해
인간다운 삶을 위한
바람직한 인간관계 가르쳐야

허심양

심리학과 석사과정
모든 정권의 숙제이며 모든 선거의 공약.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하지만 반드시 풀어내야만 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 한가지, 교육! 현 정부 역시도 ‘사교육 없는 학교’를 비롯한 여러 정책적 노력을 통해 사교육 억제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필자 역시 달리 뾰족한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자녀들이 겪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과 관련된 논의에는 뭔가 중요한 부분 하나가 결핍되어 있는 듯하다. 그것은 바로 보다 본질적인 질문, 즉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이다. 물론 치열한 적자생존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길러온 사교육에 비해 현 공교육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이며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하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당장의 문제점에 대한 대증요법에만 치중하다보면 장기적인 방향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될 지도 모른다.

교육기본법은 교육의 목적이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에 있다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공교육과 사교육 중 어느 쪽이 이차방정식을 더 효율적으로 가르치고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더 잘 찾아내게 하는지를 비교하기 전에, 현 교육과정이 학생들로 하여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지 질문해봐야 할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과연 국어, 영어, 수학, 과학만으로 충분할까? 부족하나마 임상심리학에 대해 공부하고 또 직·간접적으로 많은 이들의 고민을 접하며, 필자는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국·영·수만큼이나 중요한 한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관계맺음’이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 그냥 알고만 지내는 사람, 피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사람, 사람.

그런데 필자를 포함해, 어쩌면 공교육의 가장 모범적인 표본일 수 있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관계맺음’은 어떤 모습일까? 대학생활문화원의 ‘2010학년도 대학생활 의견조사 주요결과’를 살펴보면,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약 28%가 대학생활 동안 적응문제를 겪었고 약 19.5%가 대인관계, 약 22%가 이성관계에서 문제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굳이 이러한 수치를 내밀지 않더라도 우리가 겪는 많은 어려움이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감히 제언해본다. 공교육 과정에 지식전달만이 아닌 ‘관계맺음’ 과목을 신설하자고.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아이가 생긴다는 생물학적 지식 이외에도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하지만 아이가 생기는 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있음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알려주자. 여성은 남성을, 남성은 여성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다른’ 생각과 문화를 가진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자. 연애는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결혼관을 가져야하는지 많이 듣고 깊이 고민할 기회를 주자. 사교육에서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법을 우리의 자녀들이 체득할 수 있는 교육 개혁을 이제 공교육을 통해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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