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통치하는 대의민주제는 ‘귀족정’이다
‘부자’가 통치하는 대의민주제는 ‘귀족정’이다
  • 송규민 기자
  • 승인 2010.10.03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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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민주사강

민주사강

왕사오광 지음┃김갑수  옮김┃에버리치홀딩스┃392쪽┃2만2천원
민주주의의 변방에서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이지만, 세계를 주도하는 패권국으로의 도약에 중국의 비민주적 정치체제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현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을 비난하며 서구 민주주의를 수용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민주사강』은 중국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그대로 수용하면 또 하나의 비민주적 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 왕사오광 교수(홍콩 중문대 정치 및 공공행정학과)는 문화대혁명과 천안문 사태 등 중국 현대사의 격동을 체험하며 세계사 조류에 역행하는 중국 정치 체제를 목격한 지식인으로, 미국에서 서구 정치체제를 연구했다. 전작 『이성과 발광』에서 문화대혁명 속 군중 심리를 현대 서구 정치사상의 틀로 설명한 그가 이번에는 민주주의를 규범성·실증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고대 국가에서 인민이 참정권을 얻지 못했을 때 벌어진 정치 폭동을 언급하며 저자는 비민주적 정치체제가 억압된 개인의 반발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규범적으로는 모든 인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것을 완전무결한 것으로 인식하는 행위는 경계의 대상이다. 형태를 불문하고 모든 민주주의를 좋은 제도라고 믿는다면, 무엇이 변질된 민주주의인지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실증 분석을 통해 현재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서구 대의제 민주주의는 ‘거세된’ 민주주의에 다름없고 말한다. 민주주의를 채택한 세계 126개국에서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세계은행의 조사결과에 주목한 저자는 평등한 참여를 표방하는 민주주의가 오히려 지위와 재산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역설한다. 이어 미국의 통계 분석을 인용하며 저자는 홍보가 필수적인 현대 선거에서는 자금이 많을수록 당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민주주의 체제 하의 경제적 불평등이 다시 정치적 불평등을 조장하는 악순환 구조가 드러난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지향점은 단지 현대 서구식 민주주의를 답습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원형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본래의 의미를 찾으려면 참여 민주주의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대표 선출 방식을 선거제가 아닌 추첨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대표를 임의로 뽑아야만 ‘돈 많고 귀한 사람’이 선거를 통해 지배 계급이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의로 뽑힌 대표가 중요한 일을 수행할 수 있겠냐는 엘리트주의의 반론에 대해 저자는 임의의 시민으로 구성된 법원의 배심원단을 근거로 재반박한다. 사람의 생명을 판결하는 일도 임의로 선출된 국민이 결정하는데, 보다 중대성이 떨어지는 정치적 사안을 ‘특별한’ 사람만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정치의 비민주화를 조장하는 요소라며 국유 영역 확대를 통해 빈부격차를 감소시킨 유럽식 사민주의 모델을 대안으로 거론한다. 그러나 이를 개인에 대한 국가의 우위가 분명한 현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옹호로 곡해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중국이 비민주적 요소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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