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승 기자

더 이상 ‘초록빛’이라곤 전혀 남아있지 않은 대규모 보 준설현장을 직접 봤다. 공사용 비닐위에서 떨면서 쉬고 있는 개구리나, 자신의 보금자리가 파헤쳐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백로도 봤다. 이러한 광경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강이 파괴되는 것에 진심으로 슬퍼하며 낙동강에 세워진 보를 따라 순례를 하는 대학생 순례단, 대구지역에서 4대강 사업의 부당함을 홍보하며 이에 혼신을 다해 반대하는 환경 운동가들… 취재기간 동안 내가 본 강과 강의 가족들은 무의미한 22조원의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병들어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죽어가는 강에 분개하고 슬퍼했다.

나 역시도 이러한 분개와 슬픔에 잠겼다. 생기로 가득 넘쳐야할 강은 거대한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에 의해 바닥을 훤히 드러냈고, 강가는 죽어가는 생태계의 단말마로 시끄러웠다. 그러한 광경을 뷰파인더에 담아보며 땡볓 아래서 41일 동안 이포보를 점거해 고공농성을 하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의 마음을, 낙동강을 순례하며 강의 아픔을 느끼던 순례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현 정권의 고질적 문제인 ‘일방적인 권력행사’는 4대강 사업이라는 대규모 국책사업에서도 나타났다. 여당이 국회의 초다수당이 돼버린 현재, 국가 권력은 한국의 강한 국가주의 전통과 맞물려 독주를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실로 다양한 가치와 이해가 충돌하는 정치적 사건이다. 국민과의 한마디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사업으로 파괴되는 자연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현 정부가 조금이라도 민주적인 정부를 자임한다면 지금이라도 국민과 소통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환경운동가들이 이포보를 점거농성하며 정부에게 외쳤던 소리를 다시 한번 외치고 싶다.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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