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20주년에서 한반도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독일 통일 20주년에서 한반도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 김은열 기자
  • 승인 2010.10.10 0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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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 이후에도 정서적 통합은 과제로 남아
주변국의 저항 대비, 통일재원 마련 등 산적한 한반도 통일 난제 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 독일이  탄생한지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3일(일) 통일 20주년을 맞아 독일뿐 아니라 후발주자인 한국에서도 통일 모델에 대한 다채로운 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동독 출신 메르켈 총리가 최근 “20년 동안 긍정적 변화가 가득했다”고 자평했듯 독일 내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나 독일 국민 사이의 정서적 통합은 여전히 요원하다. 특히 옛 동독에 대한 지원 부담이 서독 주민들에게 전가됨에 따라 내수시장이 침체되면서 주민간의 정서적 통합을 방해했고, 동독 주민의 60% 이상은 통일 독일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등 통일에 대한 정서적 인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일 통일에서 시사점을 얻고자 국내에서는 다양한 기관에서 학술대회가 열려 법·지역학·경제 등 각 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1일에 한국유럽학회와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독일 통일의 외교적 환경과 국내적 기반’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4일에는 법무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에서 ‘독일 통일 20년과 한반도 통일’ 등을 주제로 학술대회 등을 개최했다.

독일 통일 과정 중 가장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 분야가 정치·외교 통합인 만큼 이화여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통일 당시의 국제 정세와 외교 정책이 집중 조명됐다. ‘독일 통일과 이탈리아의 외교적 선택’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선필 강사(경희대 정치외교학과)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배제된 이탈리아는 중·동부유럽 국가들과 연합해 통일 독일을 견제해하고 지중해 대표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독일은 이들 국가들의 저항을 완화시키는 데 고전했다. 그는 “한국 통일 준비도 주변국의 저항 및 불만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상욱 교수(한서대 국제관계학과)는 냉전 이완기 급변한 유럽 국제정치 환경이 독일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당시 미국과 대립구도를 이루던 소련이 군비경쟁에서 실패하고 경제상황이 악화돼 열세에 놓이자 서독 우위의 흡수통일을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안 교수는 이 점에 주목해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 완화가 통일 난제 해결의 열쇠”라 전망했다. 이어 그는 “미중 대립구도가 통일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인만큼,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이 소수민족과 지역격차 문제로 혼란을 겪는 시기를 전략적 기회로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9년 10월 동·서독을 가로질렀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통일 독일이 탄생했다. 위 사진은 통일 당시 익명의 시민이 촬영한 사진으로 체크포인트 찰리, 즉 베를린 장벽을 드나들 수 있던 유일한 검문소의 모습이다.

서울대에서 열린 ‘독일통일 20년과 한반도 통일’ 학술대회에서는 통일 직후 한국이 당면할 법적·경제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독일 사례에 비춰보면 통일 이후에는 남북간 중혼 문제, 상속재산 분할과 토지반환 등을 비롯한 다양한 법적 분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효원 교수(법학부)는 한국에서도 ‘체제불법청산기본법’ 등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체제불법’은 KAL기 폭파 사건, 6.25 남침, 체제유지 관련 범죄 등과 같이 북한 체제 내에서는 불법이 아니지만 북한이 붕괴되면 범죄가 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이 교수는 “동독보다 불법의 정도가 심한 북한의 불법 청산 작업은 통일 한국에 필수적”이라며 통일 준비과정에 체제불법청산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한편 같은 대회에서 통일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독일 한스자이델 재단)는 ‘독일과 한국에서의 통일 재원마련: 통일세는 필요한가?’ 발제에서 “군사 비용, 경제적 손실, 삶과 자유의 문제 등 분단 비용을 고려할 때 통일 비용은 부담스러워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며 “지금부터 통일재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 당시 독일 정부는 시장 경제를 맹신한 나머지 세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통일연대세’가 서독 주민에게 부과됐고, 지금까지도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젤리거 박사는 이러한 상황이  “동독의 기업 민영화를 통해 통일재원 마련을 기대했지만  많은 기업들이 적자 상태여서 통일재원 부족이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세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기보다 부채를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갖추는 것이 더 근본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 조언했다.

이러한 독일 통일 사례에 대한 법적·경제적외교적 분석은 한국 통일의 로드맵 제시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20여년 전 이미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통일 완성 단계를 밟고 있는 독일의 사례는 주변국 외교 문제, 통일 이후 맞닥드릴 법적 분쟁 해소, 막대한 통일 비용 마련 등 산적한 통일 난제를 풀어야 할 한국에 ‘롤모델’이자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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