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밈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밈

수전 블랙모어 지음┃김명남 옮김┃
바다출판사┃461쪽┃1만5천원

누구나 한번쯤 다른 사람의 콧노래를 자신도 모르게 따라 흥얼거린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이 부른 노래를 ‘모방’하면서 노래의 음색과 박자 등 ‘무언가’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이 모방을 통해 전달받는 ‘무언가’, 즉 문화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인간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시도가 있다.

심리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수전 블랙모어의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밈』은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제안한 ‘밈’에서 출발한다. 도킨스는 문화에도 생물적 정보의 단위체인 유전자와 유사한 단위체가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피모방자에서 모방자로 옮겨오는 생각, 습관, 정보 등을 뜻하는 ‘밈’이다. 블랙모어는 밈이야말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강력한 개념이라고 주장하며 밈 이론을 구체화해 이를 인간 본성과 사회에 적용했다.

저자는 밈의 시각으로 보면 문화가 인간의 지적 창조물이라는 믿음은 공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밈의 숙주로 선택된다는 점에서 인간은 문화의 창조자가 아니라 ‘문화적 유전체’를 충실히 실어 나르는 운반자에 불과한 것이다. 부모의 종교적 신념이 자녀에게 이어지고, 편지를 전달하지 않으면 불행이 닥친다는 ‘행운의 편지’가 널리 퍼지는 현상의 배후에는 모두 인간의 의지 대신 인간을 매개로 자신을 확산시키려는 밈의 의지가 자리한다.

저자는 인간이 유전자의 숙주에 불과하다는 진화론이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밈 이론이 해명해주기에 적극적인 수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예를 들어 자손 번식을 최우선으로 하는 동물과 달리 자손 번식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인간의 독특한 성적 행동도 밈을 통해 재조명할 수 있다. 인간은 생식력이 뛰어나 유전자를 잘 퍼뜨리는 배우자보다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정치가나 창조적인 예술가처럼 자신의 밈을 더 잘 확산시키는 배우자를 더 매력적으로 여긴다. 또 현대 여성들이 아이를 적게 낳으려 하는 경향도 밈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사회활동에 전념하는  여성이 가정주부에 비해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에 ‘자녀를 적게 낳는 것이 유리하다’는 밈이 널리 퍼진 것이다. 저자는 ‘성’은 이제 유전자가 아닌 밈에 장악당했다며 밈과 유전자의 주도권 경쟁에서 밈이 승리했다고 선언한다. 생물학적으로 설명이 곤란했던 현상을 ‘밈’ 개념을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해낸 것이다.

결국 저자는 자아라는 것은 공상에 불과하며 인간은 밈이 생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모인 ‘밈플렉스(memeplex)’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던 인간을 유전자도 모자라 밈의 조종까지 받는 꼭두각시로 격하시키는 듯한 그의 주장에 독자는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밈 이론은 언어 사용과 종교적 신앙, 이타성 등 인간 본성의 대표적 난제를 문화적 관점에서 해결할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매체를 이용한 개인의 콘텐츠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자신의 생각을 퍼뜨려 ‘추종자’를 양산하는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오늘날의 문화현상은 밈 이론의 적용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밈』을 읽으며 인간과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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