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기술혁신이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
시장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건강한 혁신시스템 확립해야

이종수 교수

산업공학과
모토로라가 주도해 1998년 개시한 세계적 위성전화 서비스인 ‘이리듐 서비스’는 당시 최첨단 통신기술의 집약체이었음에도, 비싼 가격과 휴대전화 로밍서비스의 빠른 확산 등으로 인해 당초 타겟이었던 해외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외면당하고 결국 사업 개시 9개월만에 파산했다. 반면 한국의 대표적 기업중의 하나인 LG는 하루에 다섯번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하는 이슬람 문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존의 휴대전화에 기술적으로는 매우 단순한 지자계 센서를 부착해 나침반 기능이 있는 ‘메카폰’을 2003년에 중동시장에 출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렇다면 이 두가지 신제품의 성패를 가른 것은 무엇일까. 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해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하이테크 기업의 성패는 기술혁신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기술혁신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천문학적인 연구개발투자의 결과물인 이리듐 위성전화가 실패한 것은 기술혁신이 실패했기 때문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그렇다’ 이다. 이리듐의 사례는 기술개발은 성공했으나 기술혁신에서 실패한 결과이다. 기술혁신의 성패는 더이상 기술 그 자체의 실현여부에 따라 판가름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혁신은 새로운 무엇인가가 도입돼 기존의 조직, 관습, 혹은 어떠한 일을 수행하는 방법 등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슘페터는 혁신을 기존의 것의 새로운 조합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혁신이 단순한 외형적 변화만을 가져올 때는 이를 혁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혁신이 진정한 혁신으로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그 결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돼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혁신은 사회후생을, 기업의 혁신은 이윤을, 대학의 혁신은 교육과 연구의 성과를 그 가치로 삼고 각각의 가치를 창조하며 극대화할 때, 우리는 이를 진정한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혁신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돼야 한다. 기술은 인간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게끔 응용되는 수단이다.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는 기술개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국가와 기업의 경제 활동에 적용하는가가 해당 주체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가치, 특히 경제적 가치를 생성하지 못하는 기술혁신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리듐의 사례는 기술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이를 성공적인 혁신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경제학자 쉬어러는 혁신을 발명-개발-생산-확산의4가지 단계로 구분했다. 이 4단계 중 기술혁신활동의 결과물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형태로 구체화되고 소비자들에 의해 소비되는 단계가 확산단계이며, 이를 통해 기술혁신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 기술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소비자가 가질 수 있는 기술적 선택대안이 넓어진 지금, 발명-개발-생산단계를 통해 시장에 소개된 신제품 중에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극히 일부이다. 마지막 확산과정까지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신제품들이야말로 앞서 이야기한 새로운 가치를 시장에 제공한 혁신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기술자들의 지식탐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일구어진 결과물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그 방향성을 찾지 못하면 성공적인 혁신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렵다.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시장과 소비자의 선호와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시스템을 만드는 것만이 기술혁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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