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관 개선 위한 옥외공원
인문의 정신 도외시한 채
구성원을 객체로 전락시키는
위압적 면모에 아쉬움 남아

조소혜

독어독문학과 석사과정
현재 인문대 건물은 1동부터 8동, 그리고 14동이다. 그런데 1990년대 무렵까지만 해도 같은 아홉개 동에 사회과학대와 경영대가 더불어 있었다고 하니, 그간 얼마나 많은 건물들이 새로 지어졌고 학교가 커졌는지 실감하게 된다. 학교는 지금도 ‘언제나 공사 중’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관악캠퍼스는 건물 수를 늘리는 데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건물을 재정비하고 미관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걷고 싶은 거리’가 대표적인 예다. 조성 당시 비판여론도 많았지만 완성된 지금은 나름 명소가 되어가는 듯하다. 학교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중앙도서관, 행정관 본부, 학생회관 건물의 투박한 외형을 보면 짐작할만하지만 이때 관악캠퍼스의 정취를 자아내는 것은 주로 관악산을 비롯한 자연물이지 인공물이 아니었다. 그러니 ‘현재 인문대 건물은 1동부터 8동, 그리고 14동이다. 그런데 1990년대 무렵까지만 해도 같은 아홉개 동에 사회과학대와 경영대가 더불어 있었다고 하니, 그간 얼마나 많은 건물들이 새로 지어졌고 학교가 커졌는지 실감하게 된다. 학교는 지금도 ‘언제나 공사 중’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관악캠퍼스는 건물 수를 늘리는 데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건물을 재정비하고 미관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걷고 싶은 거리’가 대표적인 예다. 조성 당시 비판여론도 많았지만 완성된 지금은 나름 명소가 되어가는 듯하다. 학교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중앙도서관, 행정관 본부, 학생회관 건물의 투박한 외형을 보면 짐작할만하지만 이때 관악캠퍼스의 정취를 자아내는 것은 주로 관악산을 비롯한 자연물이지 인공물이 아니었다. 그러니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은 꽤나 파격적인 사업이었던 것이다.

최근 인문대에도 옥외공원이 새롭게 조성되며 변화가 일어났다. 본래 이곳은 플라타너스 몇 그루와 덩굴나무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흙바닥에 군데군데 풀이 조금 자라 있을 뿐이었고, 나무로 만들어진 것인지 페인트를 굳혀 만든 것인지 구분이 좀처럼 되지 않는 벤치와 플라스틱 테이블이 있는 것이 고작인 황량한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다듬는다는 소식과 함께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공사를 볼 때는 일단 반가웠다. 비록 공원의 이용자인 학내 구성원들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소외돼 있었지만, 현장에 내걸린 조감도 덕에 모습을 예상할 수는 있었다. 조감도에는 행복해 하며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의 사진이 있었다. 아파트를 소유하면 행복까지 소유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아파트 광고를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조감도란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광고들만큼 세련된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완공된 공원을 두고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이전에 비해 훨씬 쾌적해졌다는 긍정적인 평, 바위는 왜 수증기를 내뿜고 있으며 물길을 왜 굳이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평. 개인적으로는 이제 비오는 날 발이 젖을까봐 곡예를 하듯 길을 걷지 않아도 되고, 울퉁불퉁한 노면에 발이 더이상 걸리지 않게 된 점을 고맙게 여기고 있다. 버려진 땅 같았던 곳에 산뜻한 분위기가 감돌게 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데 새로 단장한 신양 앞 공원이 필자를 포함한 혹자들의 마음을 어딘가 불편케 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이는 단지 ‘미적 취향의 다양성’이라는 편리한 답변으로 무마될 차원에 있지 않다. 씁쓸함의 근원이 뭘까 생각하며 둘러보니 문득 소실점으로 응집되듯 시선이 한 곳에 꽂힌다. 인문대에서 공원으로 내려오는 계단의 반을 차지하는 정체불명의, 구령대를 연상시키는 네모난 구조물이다. 이제 계단참에서는 병목현상이 일어나게 되었지만 구조물 위에 올라서면 마치 신이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흐뭇하게 내려다보는 것처럼 공원의 경관을  잘 감상할 수 있다. 어쩌면 공원을 감상하기 위해 전망대를 이곳에 세운 것이 아니라 공원전체가 바로 이 자리에서 ‘감상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도한 힘이 투입된 위치 선정이다. 사각 구조물은 정녕 ‘시각적인 유토피아’를 향유하기 위해 마련된 전망대일까. 그 흔하고도 위력적인 대도시의 스펙터클이 별 저항 없이 인문대 앞마당까지 뻗쳐왔음을 실감한다. 조감도가 다시 눈앞에 펼쳐진다. 압도당하고 싶지 않건만, 전망대에서 내려서는 순간부터 나는 조감도 속의 행인 1로 환원된다. 혹여 인문대 특유의 정신을 드러낼 수 있는 무언가가 설치됐다면 오가며 응원과 위안을 얻었을 텐데, 지금 이곳은 인문은 소외된 채 전시욕(展示欲)만 넘치고 있다. 실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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