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3호 9월 4일자 3면
“총학부재 10개월, 연석회의를 돌아보다” 기사를 읽고

지난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무산됨에 따라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가 그 역할을 대신해왔다. 그동안 연석회의 자체의 대표성 문제와 함께 연석회의가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52대 총학 이후 총학의 활동영역이 복지업무 및 사회적 캠페인 등으로 축소돼온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번 연석회의는 큰 어려움 없이 많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연석회의 내부에서는 대표성의 문제를 제외하면 사실상 연석회의가 기능적으로는 총학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평범한 학생의 관점에서 봐도 이번 연석회의와 이전 총학 사이에 큰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총학이 굳이 필요한가’란 질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이 총학의 존재 의미 자체에 회의를 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는 11월에는 새로운 총학 수립을 위한 선거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다가오는 53대 총학 건설의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스누라이프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학생사회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차기 총학의 선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지만 이는 유난히 침체한 올해 학생사회의 분위기를 역설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회비 납부율이 올해 가장 저조했다는 점도 이런 비관이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선본들이 총학 선거에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내기 위해서는 학생사회에 총학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총학 선거는 또다시 무산될 것이다. 이렇듯 총학의 정치적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이 선본들의 몫이라면 선거에 앞서 기술적인 정비를 마치는 것이 연석회의와 선관위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비용의 소모적인 선거운동 방식을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고 지나치게 수공업적인 투표 시스템을 과감히 전산화해야 한다.

작년 겨울 독일에서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뮌헨의 한 대학 내 대강당을 점거하고 교육투쟁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결국 독일의 36개 대학은 2011년 겨울학기부터 등록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대학의 상황과 너무나 대조적인 위 사례를 통해 학생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동성에 기반을 둔 아래로부터의 학생자치가 꽃피고 대중운동이 분출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겨울에는 새로운 서울대 총학이 선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부디 우리의 미래에 총학이 사라지고 대표성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동사무소’로 전락한 연석회의만 남지 않길 바란다.

이경환
물리학과·05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