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인 김알뜰씨는 주말 저녁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지 못한다. 매주 주말 과외를 하러 다니기 때문이다. 중학생 2명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김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한달에 60만원. 그나마 과외를 구한 김씨는 손쉽게 돈을 버는 편이다. 카페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버는 돈은 그것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김알뜰씨가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증금 5백만원은 부모님이 부담해주셨지만 방값으로 매달 30만원, 공과금이 3만원씩 꼬박꼬박 나간다. 그가 사는 대학교 근처 미니 원룸은 두명이 누우면 방이 꽉 찰 정도로 좁고 방음도 잘 안 되는 데다 화장실도 여럿이서 공용으로 쓰지만 이 지역에서는 저렴한 편에 속하기에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김씨는 귀찮기도 하고 돈도 아낄 겸 아침은 굶고 다닌다. 첫 끼니인 점심은 보통 학내 식당에서 해결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2천5백원으로 ‘착한 가격’이던 학내 식당 밥값이 방학 동안 식당이 리모델링된 이후에 갑자기 4천원으로 뛰어올랐다. 배달음식과 다름없는 가격에 5천원짜리 지폐를 꺼내는 김씨의 속이 쓰리다. 학생식당에서 밥을 해결하면서 최대한 아낀다고 해도 하루에 나가는 식비가 8천원. 친구들과 만나 학교 바깥 식당에서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식비는 금세 만원을 초과해버린다.

수입 대부분이 식비로 빠져나가다 보니 문화생활은 김알뜰씨에게 꿈도 못 꿀 일이다. 김씨는 영화나 연극을 보지 못한지 꽤 됐다. 친구들을 만나 뒤풀이로 술이라도 마시러 가는 날에는 큰맘을 먹어야 한다. 술자리에서 놀다 보면 항상 못해도 일인당 만원씩 나오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출이 부담되지만 그렇다고 친구들을 안 만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삽화: 한혜영 기자 sweetdreamzz@snu.kr

고학년에 접어드니 스펙 쌓는다고 김알뜰씨의 주변이 분주하지만 김씨는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아 불안하기만 하다. 아는 친구가 방학 동안 45만원짜리 영어 종합반에 등록해 토익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김씨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는 방학 중 아르바이트를 좀 더 하면서 가격이 절반가량인 단과반이라도 등록을 할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교육비로 20만원 넘게 돈이 나갈 생각을 하면 앞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공과금을 포함한 주거비 33만원, 식비 20만원, 문화생활 및 유흥비 3만원, 교통비 4만원, 통신비 5만원, 의류 및 잡화비 4만원, 교재·문구비 3만원 등 지출을 모두 합치면 김알뜰씨의 한달 지출은 72만원이다. 돈을 아끼느라 담배도 끊고 영화관도 포기했지만 지출은 항상 그가 버는 수입을 초과한다. 결국 부모님께 조금 더 돈을 보내달라고 손을 벌리는 김알뜰씨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힘겨운 김알뜰씨의 모습은 오늘날 급등한 대학가 주변 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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