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환경'씨의 SNU Life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폐기물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등 환경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으며 사회 각 주체에게 친환경에 대한 책임이 부과되고 있다. 대학도 사회 주체의 하나로서 이 책임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대학은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육 기관으로서 녹색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이 어떤 사회 주체보다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서울대도 친환경 캠퍼스 구축을 위해 ‘Sustainable SNU’ 정책을 수립하는 등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구성원들의 참여 부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학신문』은 이번 기획을 통해 서울대의 환경을 짚어보고 진정한 친환경 캠퍼스 구축을 위해 서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삽화: 유다예 기자 dada@snu.kr

 

여느 날처럼 ‘진환경’씨는 월요일 1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학내에 들어오자 진환경씨가 타고 있는 셔틀버스의 왼쪽으로 많은 차들이 보인다. 진환경씨가 ‘우리 학교는 언제나 차가 많이 다니지’라고 생각하는 동안 셔틀버스는 본부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셔틀버스에서 내린 진환경씨는 강의실을 향해 걸어간다. 오늘 예정된 발표를 위해 평소보다 강의실에 일찍 도착한 진환경씨는 강의실의 불을 켰다. 가을이라 그런지 쌀쌀한 날씨에 오한을 느낀 진환경씨는 히터도 틀었다.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친 진환경씨는 수업시간에 사용한 발표자료는 완벽히 정리하고 강의실을 나서지만 형광등과 히터를 끄는 것은 깜빡했다.

강의실에서 나온 진환경씨는 다음 수업의 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중앙전산원으로 향했다. 사용자가 많지는 않지만 모든 컴퓨터가 켜져 있어 자리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과제를 끝낸 진환경씨는 ‘다른 사람도 컴퓨터를 사용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컴퓨터를 그대로 켜 놓은 채 중앙전산원을 나섰다.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진환경씨는 무의식중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활동을 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학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10만여톤에 달했으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학내의 많은 교통수단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등록된 학내 차량은 2007년 13만여대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9년에는 약 8천대가 더 늘어났다.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전기 역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다. 전력의 대부분은 화력 발전으로 얻은 에너지를 이용한다. 화력 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주요 배출원으로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온실가스 배출 역시 증가한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09년 주요 대학 에너지 사용 실적’에 따르면 서울대는 에너지 소비량 평가에서 전국 주요 대학 중 10년 연속 에너지 소비량 최다 1위를 차지하는 등 서울대의 에너지 낭비는 심각한 상황이다.(『대학신문』 2010년 3월 1일자) 서울대에서 지난해 소비한 전력은 1억5천만여kwh로 이는 약 4만3천여대의 컴퓨터를 1년 24시간 동안 켜둘 수 있는 정도의 전력량과 비슷하다.

서울대 구성원이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지만 구성원의 절약 의식이 부족해 전력 소비는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각 단과대 건물 관리인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진환경씨처럼 강의가 끝난 빈 강의실의 조명 전원을 잘 끄지 않고 있다. 농생대에서는 수업 종료 후 강의실의 조명이나 컴퓨터를 끄는 경우는 약 50%에 불과하며 인문대에서 이 비율은 더 낮아 조명이나 전력 시설을 끄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조명뿐 아니라 중앙전산원(중전)과 교육정보관 등 여러 대의 컴퓨터가 비치돼 있는 곳은 사용자가 없음에도 컴퓨터 전원이 그대로 켜져 있는 경우가 많아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다.

강의실과 전산실의 전기 관리 체계가 미흡한 것도 학내 에너지 낭비의 원인이다. 현재 각 건물의 전기 시설 관리는 해당 건물의 수위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수시로 조명 점멸을 확인하기보다 건물 폐쇄 시에만 이를 점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폐쇄 전까지 낭비되는 전력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과제를 마무리하고 중전을 빠져 나온 진환경씨는 친구를 만나 학생회관(학관) 식당으로 향했다. 배가 많이 고팠던 진환경씨는 많은 양의 밥을 받았지만 다이어트 중이라는 사실이 기억나 절반 이상을 남겼다.

밥을 다 먹은 진환경씨는 친구와 함께 학관 카페 ‘休ing’에서 버블쉐이크를 마시기로 했다. 그들은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담긴 버블쉐이크를 가지고 학관 밖으로 나와 걸어갔다. 버블쉐이크를 다 마신 둘은 빈 컵을 버리기 위해 플라스틱 전용 수거함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일반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오늘날 사회적으로 자원 사용이 많아지면서 폐기물 배출량도 나날이 증가해 환경오염의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내 폐기물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분리수거는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다.

폐기물은 △생활폐기물 △사업장 폐기물 △건설폐기물 등으로 분류되는데, 특히 학내 구성원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생활폐기물이다. 생활폐기물에는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가 포함된다. ‘2010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학교 백서’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가 지난해에 1,146톤이나 배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생활협동조합은 2008년 학내 음식물쓰레기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잔반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학내에서 배출하는 생활쓰레기의 양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2,438톤에 이르렀으며 학내 일회용품의 사용 증가가 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인문대 신양과 공대 신양의 ‘Mug’에서는 하루에 8백잔, 6백잔의 일회용 컵이 사용되며 음대 카페 ‘KAG’에서는 하루에 440잔의 일회용 컵이 사용되고 있다. 또 학생회관 카페 ‘休ing’ 등 일부 학내 카페에서는 테이크아웃이 아닌 경우에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축제 기간의 경우 장터 진행이 많아 일회용 그릇, 종이컵, 나무젓가락의 사용이 평소보다 급증해 생활쓰레기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이처럼 학내에는 일회용품 사용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본부는 이에 대한 제재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시설과 관계자는 “‘Sustainable SNU’ 추진 과정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이나 자원 낭비에 대한 규정이 따로 마련된 것은 없으며 개별 자원의 사용에 대한 제재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학내 전체의 통일되지 않은 분리수거 체계도 폐기물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학내 각 건물에 비치된 분리수거함은 건물마다 구분체계가 다르다. 인문대 내의 쓰레기통은 △일반쓰레기 △종이류 △캔 △페트병으로 분류돼 있으나 자연대는 △일반쓰레기 △종이 △캔 및 유리로 나눠져 있으며 경영대처럼 △일반쓰레기 △분리수거용으로만 구분돼 있는 곳도 있다. 이처럼 분리수거함 표지가 단과대별로 다르며 사범대 등은 한 단과대 내에서도 건물별로 구분체계가 통일돼 있지 않고 분류도 세세하지 않아 원활한 분리수거가 어렵다. 현재 학내에는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분리할 수 있는 집하장이 없으며 폐기물을 관리하는 주체도 없는 등 통합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설과는 “폐기물 집하장이 없어 일괄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분리수거와 재활용의 기관별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서울대생의 일상은 진환경씨의 일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캠퍼스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일상 속의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음에도 우리는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 곁의 수많은 진환경씨는 캠퍼스의 환경을 병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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