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수

작곡과

10월 11일~28일 쇼팽이 온다? 음대랑 인문대랑 미대랑 손잡고 온다? 어린애 장난 같기도 하고 무속적인 표현이라 섬뜩하기도 하다.

탄생 2백주년을 맞는 올해, 쇼팽은 세계 각지에서 그 축하행사로 바빴다.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적으로 워낙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쇼팽이지만 올해는 더 많은 공연이 쇼팽으로 꾸며졌고 특히 그의 협주곡은 현악 4중주와 피아노라는 퀸텟 버전으로 좀 더 손쉽게(?) 무대에 올랐다. 그간 별로 인정받지 못하던 그의 피아노 트리오도 올해는 세계를 누비며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연주됐다. 쇼팽의 작품 목록에는 피아노 독주곡이 대부분이라 사람들은 그의 실내악곡에 목이 말랐었다. 그래서 있는 것은 다 나온 셈이다. 나도 올해 쇼팽 피아노 트리오를 한국과 독일에서 두 번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멜로디나 화성의 진행이 갈피를 못 잡고 논리성이 결여된 것이 몹시 불편했으나 작품의 빠른 흐름과 긴 호흡이 이해되자 복잡스런 멜로디와 화성의 진행이 매력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여지없이 화려한 피아니즘은 청중의 사랑을 받았다. 쇼팽이 십대에 완성한 작품이란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유년시절 쇼팽을 들으면 녹아들 듯 몸에 전율이 왔다. 베토벤, 브람스, 슈만 같은 음악에서 받는 감상은 유년시절의 그것과 다른데 쇼팽의 음악에서는 꼭 같다. 그리고 존경하는 바흐, 베토벤,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슈만, 슈베르트에 반해 쇼팽은 그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상관없이 그의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일화들은 유명하다. 그가 어린 나이에 고국을 떠나며 고향에서 가진 고별 독주회에서 그의 누이가 폴란드의 흙을 상자에 담아 선물로 증정했는데 쇼팽이 일생 이를 소중하게 간직하여 세상을 떠날 때 그의 무덤에 뿌려졌다. 쇼팽이 프랑스에 망명하여 살던 중 폴란드 혁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자 분통에 못 이겨 비 오는 밤거리로 뛰쳐나가 온몸이 흠뻑 젖어 돌아와 「혁명」이라는 제목의 피아노 소품을 썼다. 이로 인해 그의 폐병이 악화돼 결국 사인이 됐다. 이런 일화들이 그의 마주르카, 폴로네이즈-폴란드의 민속음악의 요소들을 소재로 작곡한 쇼팽만의 장르-와 더불어 그를 폴란드의 영웅으로 세우게 되는데, 이 일화들이 사실무근이라는 인문대 C교수님의 집담회 발표는 충격이었다. 그간 인문대 K교수님의 집요한 질문 ‘서울대가 왜 이 행사를 해야 하는가?’로 매 진행을 성찰하고 있던 추진위원회는 이 발표를 계기로 전체 행사와 심포지엄의 주제를 ‘쇼팽의 신화와 실재’로 정하게 됐다.    

결국 쇼팽의 모국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쇼팽 박물관의 유품들은 음대 P교수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 수 없게 됐고 그 아쉬움을 미대 K교수님은 홍보물 디자인으로 달래주시는 것 같다. 미대 H교수님이 구상한 무대에는 음대 피아노과 학생들이 쇼팽의 작품으로 캠퍼스와 자연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찰나의 “Performance”를 벌인다. 페스티발 앙상블이 당시 큰 스캔들이었던 쇼팽의 연애사도 온다. 또 쇼팽의 모국 폴란드를 포함한 유럽의 명성 높은 쇼팽 전문가들도 온다.

쇼팽이 오는 길, 마무리 단계에 소통사고도 많다. 처음이니 시행착오도 불가피하다. 그래도 樂(음대)人(인문대)美(미대)셋이 함께 잔치를 준비하며 많은 것을 얻었다. 마침내 쇼팽, 문턱에 왔다. Join us and enjoy yourself!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