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이 영글고 감이 노르께한 제 빛을 찾아가는 가을의 초입. 풍성한 계절이 도래했음에도 급히 한 끼를 때우고 강의실로 향하기 일쑤인 관악인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축제가 펼쳐진다. 10월 12일(화)부터 14일까지 열리는 가을 축제 ‘밥은 먹고 다니냐’에는 일상의 바쁨을 잠시 잊고 마음까지 배부르게 채워줄 여러 행사들이 준비 돼 있다.

밥, 라면, 떡, 술…. 뭘 먼저 먹을지 고민이도다!

축제기간 동안 본부 앞 잔디에서는 장터의 먹을거리들과 각종 행사가 더해져 풍성한 만찬을 즐길 수 있다. 13일 정오에 펼쳐지는 요리 경연대회 ‘만원의 만찬’에서는 참가자들이 단돈 만원의 재료비로 한 시간의 제한시간 안에 맛깔스럽게 내어놓는 각종 밥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요리만화 ‘중화일미’에 나오는 볶음밥을 재연한다는 ‘황금 볶음밥’, 여자 친구 삼고 싶을 만큼 맛있다는 ‘내 여자친구는 볶음밥’, 자취생들을 위한 퓨전 볶음밥 ‘만원은 사치다, 냉장고를 털어라’ 등 참가자들의 기발한 요리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축제 기간 동안 본부 앞 잔디에 조리 도구가 상시 마련돼 있어 언제든 라면을 끓여 먹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직접 전통 먹거리 만들기를 체험하며 가을의 풍요로움을 느껴보는 떡 매치기 행사나 이색 장터 ‘봉지칵테일’, ‘칵테일酒유소’에서 준비한 칵테일은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돋울 것이다.

같이 밥 먹을 사람 찾습니다, 같이 놀 사람 찾습니다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듯 축제도 혼자 즐기면 재미가 없는 법.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곁에 있던 친구와는 더욱 가까워지고 새로운 친구까지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본부 앞 잔디에서 3일 내내 열리는 ‘체력장’은 친구와 함께하기 딱 좋은 행사다. 윗몸일으키기, 제자리멀리뛰기, 팔굽혀펴기, 유연성 등을 테스트해 기록이 좋으면 상품을 받아갈 수도 있다. 더욱 뜨거운 축제를 원한다면 12일 오후 6시부터 열리는 가요제 ‘샤우팅’을 찾아보자. 지난 5일 치열한 예선을 거쳐 선발된 쟁쟁한 학우들의 끼를 볼 수 있는 이 행사는 서늘한 가을밤을 서울대인들의 열기로 불태울 것이다. 이 외에도 14일 정오 본부 앞 잔디에서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팔씨름 대회’나 학관 앞 노래방 무대에서 열리는 ‘학관앞에서 하자, 연(宴)’ 등 공강 시간 틈틈이 달려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한편 이번 축제는 처음으로 축하사와 ‘동아리연합회’가 함께 해 더 다채로운 시간을 마련했다. 장터만 즐비한 기존 축제와 달리 전시, 홍보, 개인적인 친목 모임 등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위한 놀이공간 ‘놀이터(No-Litter)’도 이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 금속공예과, 도예과, 공업디자인과 등 미대 학생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나 학생들의 답답한 속내를 들어주는 ‘하하지와 아이들’의 고민상담센터 등 독특한 부스들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대사 ‘SSA’에서는 외국인 교환학생과 한국인 친구를 연결해주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니 새로운 만남이 그리워질 때면 한번 들러보길.

배만 부를쏘냐? 머리부터 마음까지 한껏 채우는 축제

축제에 걸맞은 유쾌한 기부의 장도 열린다. 봉사단체 ‘기부&테이크아웃’은 통 속에 든 쪽지를 뽑아 기부금을 정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기부금을 정한다. 기부 후에는 커피, 아이스티, 베트남커피믹스, 폴라로이드 사진 중 하나를 받아갈 수 있다. 파티동아리 ‘s.crewbar’에서는 헌 책을 기부하는 자선 이벤트를 진행한다. 책을 기부하면 무료로 주류를 제공하고 기부받은 책들은 자선단체에 전달된다.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을 기부한 뒤 다른 사람들의 물건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신청하는 ‘물품쉐어링’에도 참여해보자. 기부받은 물건을 추첨을 통해 나눠준다고 하니 운이 좋다면 기부도 하고 선물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뭔가 아쉽다고? 문화에 허기진 관악인들을 위해 올해 처음 열리는 특별한 행사도 있다. 본부 앞 잔디에서 오전 11시부터 저녁까지 열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잔디밭 영화제’가 바로 그것. 축제 기간 3일 내내 영화제에선 「마다가스카」, 「올모스트 페이머스」, 「행 오버」등 3편에서 5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얄라셩의 「쩜」, 「Very Sorry」와 씨네꼼의 「여드름」 등 학내 영화동아리들의 야심 찬 창작 단편 영화도 상영되니 이 드문 기회를 놓치지 말자.

여느 때와 같이 축제 첫 날 오후 4시 본부 앞 잔디에서는 ‘관악스타리그’가, 둘째 날 오후 6시 아크로 메인무대에서는 음악축제 ‘따이빙 굴비’가 열린다. 또 매번 축제를 화려하게 마무리짓는 ‘폐막제’에 쟈스민, 몰핀, H.I.S, Triple-H 등 학내동아리들과 가수 리쌍이 함께하니 기대해도 좋다.

축하사 김승환 회장은 “친구나 선후배를 만나도 밥 먹자는 말만 할 뿐 정작 함께 식사할 시간이 없다”며 “축제 기간 동안이라도 마음 편하고 즐겁게 밥을 먹자는 취지에서 이번 축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함포고복, 이맘때면 더 파란 잔디에 누워 부른 배를 두드려보는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 문득 바쁘게 살다 끼니를 잊었거나 함께 밥 먹을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축제로 향해보자. “친구야,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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