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관악초청강연 -‘배병우의 빛그림 이야기’

지난 13일(수) 3시 기초교육원에선 ‘배병우의 빛그림 이야기’라는 주제로 관악초청강연회가 열렸다.

현재 서울예술대 사진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배 작가는 역광을 이용한 흑백톤의 소나무 사진을 비롯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동양적인 분위기의 작품들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99% 디지털화된 시대에도 1%의 옛것들을 고수하고자 한다”는 그의 작품은 자연의 정취가 짙게 느껴진다고 평가받는다.

“필름 시대의 끝자락에 서 있는 나는 마지막 필름 세대”라며 강연의 첫 운을 뗀 배 작가. 그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근원적 아름다움은 자연에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도 자연에 주목해 온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아직도 커다란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다”며 정제되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작품에 담기 위한 ‘노하우’를 설명했다.

사진: 이다은 기자 daeunlee@snu.kr

패널과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강연회에서는 배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패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사진을 잘 찍는 비법이 무엇이냐’는 정형민 교수(동양화과)의 질문에 배 작가는 “사진은 금세 변하는 모습을 포착하는 순간의 예술인 만큼 특별한 비법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강연회 중간에 배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배 작가는 산과 바다, 소나무, 돌 등 한국의 자연미가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며 각 작품에 부여한 의미들을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생을 맞이하고,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무덤 옆에 소나무를 심은 옛 선조들의 삶을 담아냈다”는 소나무 사진은 청중들로부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자연이라는 피사체에 자신의 정서를 투영해온 그는 “최근에는 둥근 곡선이 살아 있는 제주의 오름과 푸른 남해의 바다 등 소나무가 아닌 또 다른 자연으로 그 시선을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연을 마친 배 작가는 “이번 강연회가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길 바란다”며 “강연회를 통해 만난 이들과 좋은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환갑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직접 발로 뛰며 사진을 찍는다는 그는 스스로를 햇빛을 좇는 ‘햇빛 노동자’라 부른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진이라는 외길을 한평생 걸어온 배 작가. 붓 대신 카메라로 그림을 그린다는 그의 손놀림은 오늘도 사진작가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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