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영향 속에서
숲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 증가해
지속가능 사회와 미래환경을 위한
숲의 효율적 관리 필요한 상황

이돈구 교수
산림과학부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환경 이슈에 ‘대응’ 혹은 ‘적응’하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국운을 걸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는 농·림업, 환경, 보건, 경제 할 것 없이 모든 분야가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으며 숲(산림) 생태계도 예외가 아니다. 전 지구 육지면적의 31%를 차지하는 숲은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나무와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지만 벌채나 산불 등으로 파괴된 숲 때문에 대기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를 조장하기도 한다.

UN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6억 인구가 숲에서 나오는 산물로 경제생활을 한다. 또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아마존의 눈물’에서와 같이 지금도 약 5〜7천만 명의 원주민들이 숲을 생활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등 숲은 우리 인류의 현재와 미래의 삶의 터전이다. 따라서 숲을 어떻게 가꾸고 관리해야 할지가 전 지구적으로 매우 중요한 현안이며, 특히 산림이 64%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향후 60년간 국정지표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산림 관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필자는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 회장으로, 지난 8월 23〜28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 총회’에서 전 세계 산림관련 과학자들과 만나 미래 산림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3천명이 넘는 참석자들은 “숲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고 미래와 환경을 위한 자원“이라는 것에 깊이 공감했고 우리나라의 산림녹화 경험 및 녹색성장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편 초청연사 중 한명이었던 오스트롬 교수(미국 인디아나대 정치학과,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공동체 모두가 활용하는 자원인 산림, 어장, 방목장, 지하자원 등과 같은 공유재산을 이익창출이 목적인 시장기능에만 맡겨두면 당대의 남용으로 인해 모두 고갈될 수 있으므로, 정부나 사유화보다는 지역주민의 전통지식을 활용해 스스로 규칙체계를 만든다면, 보다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피플파워’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즉 공동체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협력체계 (collective actions)를 만들면 현재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숲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훼손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시각으로 숲을 바라보고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흔히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우주항공 등이 미래 국가중요산업으로, 여기에 모든 노력과 투자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삶의 터전이 되고 신선한 공기와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숲의 지속적인 관리 없이 그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1970〜1980년대 대대적 조림사업을 통해 숲의 면적이 양적으로는 늘어났지만 지난 추석연휴 때 찾아온 태풍과 집중호우에서 봤듯이, 앞으로 자연재해의 빈도나 크기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숲의 기능과 질을 높이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그 예로 ‘서울 숲’과 같이 도심내 공원을 많이 조성해 이를 도심주변 큰 숲들과 서로 연계하는 도시림 네트워크 구축 및 확산 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숲 생태계와 그 구성원인 나무, 풀, 동물, 미생물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하나 저마다 중요한 역할이 없는 것이 없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들도 결국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서로 자기들의 이익만 추구하기 위해 싸우고 결국에는 공멸하는 인간들과 비교해 볼 때 경이롭게까지 느껴진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우리의 미래를 숲에서 찾고 배우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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