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의 전승 단절 위기
젊은 층의 무관심으로 볼 수 없어
보유자의 생계 보장 못하는
정부의 초라한 지원 재고해야

김은지
국악과 석사과정
인간문화재, 다시 말해 무형문화재란 “인류의 정신적인 창조와 음악·무용·연극·공예기술 및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말한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 가운데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심의를 거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그 대상은 기·예능을 보유한 자연인이며, 이들을 흔히 인간문화재라고 부른다. 이러한 무형문화재로는 1964년 제1호로 지정된 종묘제례악 이후 2009년 현재 121호까지 지정됐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무형문화재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20개 종목의 이수자가 2명 미만으로 나타나 전승 단절의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제시한 안형환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주민요, 명주 짜기 등 8개 종목 무형문화재는 이수자가 전무하고 줄타기, 옹기장 등 7개 종목의 이수자는 각 1명, 5개 종목의 이수자는 2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이들 종목의 이수자 17명의 평균 연령은 45세이고 50세 이상인 이수자도 7명에 달해 무형문화재에 대한 젊은 층의 무관심을 문제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비단 젊은 층의 무관심 때문일까?

탈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봉산탈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됐다. 6·25 이후 황해도 봉산의 탈춤꾼들이 남쪽에 정착하면서 전승된 것이다. 현재 보유자인 김애선 선생은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부친을 따라 탈춤 공연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봉산탈춤을 익혔다고 한다. 현재 김 선생은 전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승활동 외에도 일반인을 상대로 꾸준히 탈춤 강좌를 열고 있다. 이것은 봉산탈춤의 대중화를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고 보존회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국가에서 매달 주는 지원금 100만원으로는 회원이 60여명이나 되는 보존회의 운영은 커녕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전승을 위해 만들어진 보존회에도 장비구입비 명목으로 매달 300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공연을 한번 할 때 지출되는 의상비로도 부족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봉산탈춤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실제로 중요무형문화재 제91호 제와장의 전수 조교 김창대씨는 기와만으로는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 한달 중 10일~15일에만 전수를 위한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생계를 위한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와 전수자들의 실정이다.

이른바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전국의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한달에 지급되는 전승 지원비는 130만원이라고 한다. 한해에 유형문화재에 3,400억여 원의 관리예산이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180억원의 무형문화재 지원 예산은 초라하기만 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돈은 전승에 도움을 준다는 명목일 뿐 생계에 대한 고민은 덜어주지 못해, 보유자와 전수자들은 생계를 위한 돈벌이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전통’이란, 역사적으로 전승돼 온 것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전통을 전승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하지만 평생을 바쳐 집약한 장인의 기술은 생계조차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부의 지원으로 ‘허울만 좋은 인간문화재’로 전락하고 있다. 지정에만 급급했던 지난 시절의 폐해를 고려할 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정만 해놓고 명예만 주는 것이 아니다. 민족의 얼이 깃든 무형의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로 이어나가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생계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만이 우리의 전통인 ‘인간문화재’를 지킬 최선의 방법이며, 젊은이들로 하여금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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