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동향] 동해의 해양학적 연구

‘‘미니 대양’ 동해, 급격한 산성화·산소 농도 감소·생태계 변동 등 기후변화 징후 뚜렷
일본 연구팀, 100년 후 동해 바다의 죽음 경고… 섣부른 예측이라는 반론도

 본래 한대성이던 동해에서 온대어종인 상어가 잡혔다는 것은 이제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급격한 생태계 변동에 이어 100년 후 동해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된다는 예측이 나와 학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이 나오며 뒤늦게 동해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해양학계에서는 이미 ‘작은 대양’이라 불리며 기후변화의 바로미터로 주목받아왔다.

기후변화로 동해가 변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기후변화가 초래할 동해 미래에 앞다퉈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작년 기상청이 서울대에 의뢰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03년까지 동해 해수면 온도가 한반도 주변해역 평균에 비해 6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실시한 수온·염분 변화 연구에서도 서해와 남해에 비해 동해에서 기후변화 징후가 더욱 뚜렷했다.

최근 발표된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연구 결과에는 지금처럼 해수온도 상승 때문에 해수순환 양상이 변하는 추세가 계속되면 동해는 100년 후 ‘죽음의 바다’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담겨 논란이 됐다. 겨울에 냉각된 표층수의 밀도가 커져 심층부로 가라앉으면 해수순환이 일어나는데, 해양학자들은 이 해수순환 흐름을 ‘물의 컨베이어벨트’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본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해수온도가 상승하면서 ‘컨베이어벨트’의 산소 용해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덜 차가워진 표층수가 바다 깊은곳 까지 가라 앉지 않아 동해 해저부가 무산소 환경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은 러시아와 일본 연구기관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해의 해수 온도가 과거 100년간 1.3~1.7℃ 상승했으며 산소농도는 현재 6.7mg/kg으로 50년대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는 수치 를 근거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 연구 결과에 반론을 제기했다. 김경렬 교수와 강동진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1970년대 이후 지구 온난화로 동해의 산소농도가 감소하는 추세는 맞지만 ‘100년 이내 무산소화’ 예측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김경렬 교수는 “50년 동안 심층부의 산소농도가 약 250μM에서 210μM으로 40μM 감소했으므로 단순히 비례적으로 계산해도 산소농도가 0μM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앞으로 200년은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연구진의 예측이 동해의 역동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동해의 해수순환 주기는 100년으로 보통 바다보다 짧은 편이라 해저부의 산소가 완전히 고갈되기 전에 해수순환에 의해 산소가 풍부한 새 수층구조가 재형성된다는 것이다. 김경렬 교수는 “동해 수층구조의 역동성을 고려하면 현재의 데이터만으로 섣불리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동해의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논란이 된 산소농도 감소가 아니라 급속한 산성화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경렬 교수는 “이산화탄소 등 바닷물에 녹아 탄산을 만드는 온실기체 배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산성화가 가속화되는데, 동해는 그 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정도 빠르다”고 경고했다. 바다 산성화는 먹이사슬 하층부를 이루는 갑각류 유생의 탄산칼슘 골격을 녹여 집단폐사에 이르게 해 생태계 기반을 무너뜨린다. 기상청 크로포드 기상선진화 추진단장은 동해의 빠른 산성화에 대해 “동해가 지구촌에서 인간 활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5곳 가운데 하나로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해에서 멀리 떨어진 일반 사람들이 이런 심상찮은 변화를 가장 피부에 와 닿게 느낄 때는 바로 식탁에서다. 동해에 난류가 유입되면서 한대어종인 명태와 오징어가 생존하기 어려워져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제주도 유역에 서식하는 ‘자리돔’같은 아열대 어종이 동해까지 북상하는 등 어종 변화가 심각하다. 이충일 교수(강릉원주대 해양자원육성학과)는 “1980~1990년대에 비해 동해 생태계가 이미 상당히 달라졌는데, 이런 기후변화 경향이 계속되면 생태계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 유다예 기자 dada@snu.kr

기후변화 전초기지인 동해

동해가 다른 주변해에 비해 기후변화 징후가 뚜렷한 이유는 대양과 유사한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 동해연구는 동해를 대양과 다른 특성의 바다로 인식했다. 1930년대 동해 심층수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연구를 실시한 일본 해양학자 우다는 동해 수심 수백 미터 아래에 수온이 0℃ 정도로 균일하고 산소가 풍부한 수괴(물 덩어리)가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대양과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성질의 이 수괴는 동해에만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동해고유수’라고 불린다.

그 후 약 60여년간 ‘동해고유수설’을 정설로 보던 해양학계는 1990년대 한·일·러 합동연구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크림스(CREAMS; Circulation Research of East Asian Marginal Seas)’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우다 교수의 학설과 달리 동해가 수직 분포에 따라 온도·염분·산소 농도가 각각 다른 수층으로 나뉜 전형적인 대양의 모습을 갖추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 연구팀은 바닷물이 전체적으로 뒤섞이는 주기가 다른 바다에서보다 동해에서 10배 정도 짧다는 사실을 알아내 기후변화 척도로서 동해연구의 가치를 입증했다. 김경렬 교수는 “동해는 해수순환 주기가 짧아 대양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를 단기간에 겪으므로 세계 대양 변화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한 번 진화하는 동해연구

기후 변화 징후가 뚜렷해 연구 가치가 높은 ‘미니 대양’ 동해 연구는 국내 곳곳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장경일 교수팀은 독도심층류, 이동섭 교수(부산대 해양시스템과학과)는 동해의 탄소순환계 연구로 동해의 심상찮은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또 동해수산연구소는 지난달 29일 동해 기후·수산해양 거점 연구센터를 열고 30일 동해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워크숍을 가졌다. 동해수산연구소 정희동 연구관은 “면적은 작지만 대양의 특성을 가진 동해는 수심이 얕은 남해와 서해보다 해양 변화의 추세를 파악하기 좋아 앞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탐색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연구의 전초기지”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징후가 지구 곳곳에서 관찰되는 지금, 해를 거듭해 동해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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