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대학신문』을 통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활동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진실화해위가 과거사를 조사하는 동안 여러 말이 많았고 외부의 입김도 작용해 조사에 제약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번 진실화해위 활동의 의의는 크다. 모든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과거사 재조사를 통해 과거의 부당한 사건들을 새롭게 조명했기 때문이다. 6·25전쟁 당시 미군의 양민 학살 사건, 독재 정부의 탄압 등은 이번 진실화해위의 활동을 통해 인권침해 사건으로 재조명됐다. 물론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은 진실화해위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과거사조사 과정에서 배제됐지만 이 사건들이 반인륜적 사건으로 규정된 이상 추후 조사가 재개된다면 그들이 받았던 고통을 보상 받을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진실화해위가 개별적 인권피해 사건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것 같아 아쉬움을 느꼈다. 진실화해위는 본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항일독립운동, 국가적 범죄, 해외동포사,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등 다양한 분야의 사건들을 다각도로 조사해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 잡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하지만 진실화해위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뒤로한 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에만 몰두해왔다. 예를 들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사건에 대해 전두환 등 신군부는 엄정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김재규가 정권찬탈을 위해 야욕을 부린 사건이라고 덮어버렸다. 때문에 이 사건은 아직까지도 김재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실 진실화해위는 이처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건 역시 재조명했어야 한다. 억울하게 학살당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의 맥락을 바로잡는 일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임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진실화해위의 활동은 과거사를 다시 조명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하더라도 조사내용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나머지 본래의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후 과거사 규명단체가 신설된다면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있는 사건들도 좀 더 다뤘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위원회가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된 연구기관 설립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두세군데 정도의 독립된 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원들에게 지난 사건을 심층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과거사 진실 규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권준제
 천문학과·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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