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역사성 고려 없는
일방통행식 서울시 디자인 사업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진정한 디자인 창의도시 되길

김용욱

인류학과 석사과정
얼마 전 서울시가 오랜 노력 끝에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로 선정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그리고 다른 도시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신청 작업을 돕고 있는 사람으로서 - 필자는 작년부터 전주시의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 신청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흔쾌히 박수를 치기에는 좀 망설여지는 구석이 있었다. 아직 충분한 준비를 마치지 않은 채로 “디자인 창의도시”라는 그럴싸한 명패만 덩그러니 내걸은 모양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과 그 결과물이 납득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는지가 의문이다. 서울시는 디자인 창의도시로 선정되기 위해 수년간 다양한 수준의 디자인 정책을 추진해 도시의 공공공간을 더욱 쾌적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서울시의 디자인 사업은 상가의 간판 교체라든가 꽃담황토색 해치택시의 도입과 같이 부차적이고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디자인 사업은 필요성과 적절성의 측면에서 계속해서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꽃담황토색 해치택시 사업은 도장 비용이 과도하게 비싸고 택시 운전기사들이 그 색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채 추진됐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의 디자인 사업이 시민들의 삶에 담긴 다양성과 역사성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디자인 창의도시는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디자인이 아닌 시민 집단이 축적한 고유한 문화적 감성과 다양성을 반영한 디자인을 추구함으로써 도시발전을 견인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정책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삶이 지닌 가치에 대한 고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시의 디자인 사업은 강남대로와 홍대거리, 그리고 삼청동거리를 똑같은 모양으로 바꿔 놓았다. 새 보도블럭이 깔리고 노점상이 사라지고 간판이 정리되어서 거리는 깨끗해졌지만 동시에 독특한 매력도 퇴색했다. 또한 서울시는 디자인이라는 명목으로 동대문운동장, 옛 중앙정보부 건물, 낙원상가와 같은 근대 건축물들을 철거하였거나 철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현재의 상황은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이 과거의 단순한 환경미화와 질적으로 다른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울시의 디자인 사업이 유감스러운 이유는 추진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다는 데 있다. 유네스코가 제시한 창의도시 개념에서 시민과 시정부 사이의 소통은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이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메트로폴리탄으로, 그 안에서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창의도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민의 의견 수렴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식으로 디자인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네스코는 잠재력과 의지를 높이 평가하여 서울을 디자인 창의도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제 막 디자인 창의도시로 선정된 서울시가 그 타이틀에 걸맞은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엘리트주의적인 관점에서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디자인 행정은 시민들의 삶에 담겨 있는 다양성을 소외시키고 의미 없는 획일화만 낳을 뿐이다. ‘디자인 창의도시 서울이 추구하는 도시의 디자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것은 우리 시민을 위한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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