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듯하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국격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들려온다. 교통 통제를 비롯한 정부의 여러 조치들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시민의식에 대한 찬사도 쏟아진다.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세심하게 준비하고 배려하는 와중에서 빚어진 소소한 해프닝들도 들려온다. G20 동안 분뇨 수거가 중단됐으며, 택시기사들의 두발은 깔끔하게 정돈됐고, 감나무의 감들은 철사에 매달려 떨어질 염려가 없었다고 한다. 장갑차와 녹색 펜스로 둘러쳐진 코엑스에서 미키마우스 옷을 입은 이는 쭟겨나고, G20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지난 6일 1인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씨가 사망했다. 도토리만 받아서 고기반찬은 커녕 라면만 줄곧 먹었기 때문일까. 37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음원수익 분배 등의 음반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인디음악인들의 처우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 음악을 위해 기타를 팔고 치킨 배달을 해야 하는 현실을 노래하던 그는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님을 인정했다. 무겁고 안 예쁘기에 세상은 그에게 찌그러져 살라 했지만, 루저라는 딱지에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건방진 세상아 덤벼라 라고 당당히 노래했다. 삶의 무게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렸던 그의 노래에 사람들은 공감하고 저마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이른바 비하 논란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 중 누군가의 현실을 얘기하는 것이 비하로 여겨지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드러내는 것이 잘못된 가치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달빛요정의 대표적 노래 중의 하나인 ‘절룩거리네’는 장애인 비하라는 이유로 방송금지조치를 당했다. 제목과 함께 ‘내 발모가지 분지르고 월드컵코리아, 내 손모가지 잘라내고 박찬호20승’이라는 구절이 문제가 됐던 것 같다. 월드컵과 박찬호는 국격을 높이는 일이지만, 매일 산업재해로 266명이 다치고 6명이 사망하는 산재사망률 OECD 1위인 한국의 현실을 말하는 것은 누군가를 비하하는 일로 비쳐진 것이리라. 

물론 이 시대 젊은이들의 자화상은 달빛요정이 아니라 슈퍼스타 케이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을 얼마나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가이다. 전기모터로 돌아가는 청계천이 하천이 될 수 없듯, 아무리 예쁘고 화려하더라도 신화는 현실이 될 수 없다. 절망 만큼의 성숙 그 깊이 만큼의 희망. 누군가의 격을 높이는 것은 그 존재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노예를 비하하는 것은 스파르타쿠스가 아니라 시저다.

김경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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