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빗물박사 한무영 교수‘산성비 괴담’은 올바른 수자원 관리 정책 가로막는 주범빗물 저장조 설치로 홍수방지, 수자원 확보, 댐 의존도 낮출 수 있어

한 방울의 비를 위해 만인지상(萬人之上)이 무릎을 꿇던 시절이 있었다. 해마다 기우제를 지냈던 옛 사람들은 전국 곳곳에 저수지를 만들고 측우기를 설치해 하늘에서 떨어지는 보물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물 부족현상으로 가까운 미래에 국가간 전쟁이 예상되는 오늘날, 빗물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귀찮고 더러운 존재로서 천대받는다. 이 와중에 휴대폰 착신음마저 ‘빗속의 여인’으로 설정하고 빗물의 소중함을 전파하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빗물 전도사’ 빗물연구센터장 한무영 교수(건설환경공학부)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사진: 신동호 기자 clavis21@snu.kr


일반적으로 ‘빗물’하면 더럽고 위험한 산성비가 연상된다. 빗물이 어떻게 수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가?

많은 이들이 빗물이 산성때문에 수돗물이나 지하수보다 오염됐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산성비 괴담’이 한국의 올바른 수자원 정책을 망치는 주범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대기와 토양에 쌓인 황사가 산성화된 빗물을 중화시켜 수자원으로서 활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빗물은 위험하다’는 편견에 세뇌된 많은 사람들은 물 순환 주기의 시원(始原)인 빗물은 하수도로 흘려보내면서도 다른 수자원 확보를 위해 애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

게다가 지상에서 증발하면서 정화된 빗물은 계곡물이나 하천보다 훨씬 깨끗해 간단한 처리만 거치면 최상의 음용수로 재탄생한다. 정화된 빗물과 수돗물, 시판되는 병물 등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빗물 챌린지 실험’에서 참여 교직원과 학생 중 66%가 빗물의 맛을 최상으로 평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염도는 물에 녹아있는 고형물질의 양(Total Dissolved So-lids: TDS)으로 평가했다. 빗물의 오염지수가 5ppm인데 반해 계곡물은30ppm, 하수처리장을 통과한 물은 320ppm에 달한다. 오염된 산성비는 10ppm 정도되는데 이는 290ppm인 외국산 생수와 비교해도 훨씬 깨끗하고 안전하며 맛도 훌륭하다.

한국의 현재 수자원 관리 정책을 평가하면?

한국은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기후의 특성상 수자원 관리가 어렵다. 그런데 4대강 사업 등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은 외려 각 지류의 유량을 전부 특정 하천으로 끌어모아 관리하는 것을 요체로 한다. 각 지역에 균등하게 내리는 빗물이 인위적 개입으로 특정 지역으로 몰리면서 지역마다 홍수와 가뭄이 더욱 빈번해진다. 게다가 하천수는 정화해서 다시 상류로 보낼 때 에너지가 이중으로 든다. 정리하자면, 4대강 정책은 특정 지역의 이익만 고려한 낮은 수준의 관리 방식에 불과하다. 여러 지역에서 활용해야 할 수자원을 한 지역에 몰아주면서 지역간 갈등이 발생하고, 생태계가 파괴되며, 시설의 유지관리비를 다음 세대에 물려 준다. 이제는 하천에서 눈을 돌려 지역마다 빗물저장 시설을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고차원적 정책을 수립할 때다. 

자신의 빗물 관리 기술을 반영한 사례는?

서울 광진구에 건설된 주상복합건물 ‘스타시티’는 빗물을 통해 수자원을  관리하는 ‘레인 시티’의 성공적 모델이다. 단지내에 내린 빗물을 지하에 설치한 3천톤의 빗물저장조에 보관·활용해 에너지와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저장조는 천톤짜리 탱크 3개로 나뉘어 저장된 빗물을 각각 홍수방지용, 조경용, 소방용으로 사용한다. 상습 침수구역이었던 이곳은 ‘스타시티’ 건설 이후 침수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팔당댐에서 끌어오던 4만톤의 수자원을 절약했다. 수자원 관련 국제 학술지의 표지도 여러 차례 장식했다. 주민들은 효율적인 물 공급 덕분에 매달 100원 남짓한 공용 수도 요금만 부담하면 된다. 2012년 경남 고성에서 개최될 ‘고성세계공룡엑스포’에서도 ‘하늘에서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라는 슬로건 아래 빗물을 받아 단지에서 사용될 모든 물을 자급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대 캠퍼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자원 정책은?

공공기관 중 물·전기 사용으로 가장 많은 환경개선부담금을 납부하는 서울대야말로 ‘빗물’을 활용한 수자원 관리가 절실하다. 대학원 기숙사나 공대 39동에서 시범적으로 빗물이용에 성공했다. 앞으로 신축·개축되는 모든 건물들은 빗물저장조를 만들어 홍수와 물부족을 동시에 방지하는 ‘레인 캠퍼스’ 를 만들어야 한다. 공동체 마을을 뜻하는 ‘동(洞)’의  의미를 다시 새겨 ‘서울대 개발 전후의 물(水)상태를 함께(同)하는 취지로 서울대가 도림천 유역의 홍수와 건천화 등 물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는 한편 빗물을 활용한 수자원 관리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으로, 빗물을 버리는 도시에서 모으는 도시로 바뀌는 레인시티를 합리적·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술의 개발과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캠퍼스나 도시의 물관리지표로서 물 자급률 개념을 도입하고 빗물활용으로 그 수치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할 것이다. 예를 들어 레인시티로 선언된 수원시는 전체 시민이 1년에 1억2천만톤의 물을 사용하는데 반해, 같은 기간 1억6천만톤의 빗물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하늘에서 내리는 선물을 잘 활용하면 홍수 방지, 수자원 확보가 가능해 댐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고 기후변화에 강한 도시를 만드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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