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하천을 생태적으로 복원하려는 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전국 도심하천 20곳을 생태하천으로 만들어 ‘청계천의 기적’을 재현하는 ‘청계천+20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의 오염하천에 인공저수지와 여울을 만들어 생태기능을 확보하고 도시에 적합한 경관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또 정부는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4대강 사업 공사구간에 생태습지를 조성하고 대체 서식지에 멸종위기종을 이식해 생물다양성을 보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생태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이같은 생태하천복원사업이 생물다양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태 없는 생태하천사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이들은 대다수 생태하천사업이 천변에 인공물을 지나치게 조성해 기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지적한다. 4대강을 비롯한 하천 정비공사는 대개 강변을 자전거도로나 시민공원으로 사용하려 콘크리트 제방을 쌓고 인공조경을 조성한다. 토목·환경학자들은 이같은 인공물 조성이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던 강의 습지와 모래톱, 강변을 분리·단절시켜 생물 서식지의 물리적 연속성을 저해하고 생물다양성을 해칠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각난 서식지는 더 넓은 서식지가 필요한 종을 수용하지 못하며 외래종 유입 등으로 교란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인공물 설치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훼손은 지자체의 하천정비사업에서도 발견된다. 지난달 울산시 남구청이 실시한 여천천 정비사업에서는 인공화단을 만들기 위해 억새 등 수생식물을 제거하고 천변을 편평하게 다듬었다. 수생식물은 생태계의 에너지원천이며 물을 정화하고 수서곤충, 어류의 서식지가 돼 하천 생태계 균형에 필수적이다. 그런 수생식물이 “미관을 해치고 보존가치가 없는 잡풀이어서 대신 화단을 조성했다”는 남구청의 주장은 그들의 사업목적이 ‘생태적’ 가치가 아닌 ‘미관’임을 보여준다.
 
‘인공하천’이 ‘생태하천’으로 둔갑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생태불균형이 초래되기도 한다. 청계천은 자연지류가 아닌 전기펌프로 물을 끌어오고 인위적 방류로 종다양성을 조작해 전시행정을 위한 생태하천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서울시는 청계천 서식어종이 복원 사업 전 4종에서 사업 후 27종으로 약 7배 늘었다고 해명했지만 환경운동연합은 새로 유입됐다는 어종 대부분이 방류된 것이거나 한두 마리가 우연히 발견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박종영 교수(전북대 환경및진화생태학과)는 “청계천은 일정한 크기의 인공석으로 이뤄져 서식환경이 단순하고, 물살이 빠르며 수온이 낮아 물고기들이 휴식을 취하고 알을 낳을 환경이 못된다”며 “인공방류를 실시해도 물고기들이 제대로 적응하고 번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청계천이 ‘생태적복원’의 모범사례로 꼽히면서 ‘생태가 빠진 생태하천’이 하천사업의 관례가 돼버렸다고 지적한다. 경기도가 ‘자연형 하천’을 지향한다며 100억여원을 들여 조성 중인 여주읍 소양천은 자연적인 물 흐름이 아닌 전기의 힘으로 물을 끌어와 ‘제2의 청계천’이라 불리고 있다. 김진홍 교수(중앙대 건설환경공학과)는 “빗물을 스스로 받아들여 순환시킬 능력이 없는 하천은 썩게 마련”이라며 “소양천이 ‘자연형’이 아닌 ‘공원형’ 하천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처럼 수십 년간 하천을 인공적으로 정비해온 미국은 1990년부터 하천을 다시 곡선화하고 댐과 보를 없애는 등 강을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려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을 찾은 하천복원분야의 석학 랜돌프 헤스터 교수(버클리캘리포니아주립대 조경환경계획과)는 “강은 인위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한다고 해서 살아나지 않는다”며 자연스런 물의 흐름을 보존하는 생태적 하천복원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창근 교수(관동대 토목공학과) 역시 “하천을 바라보는 지금의 시각이 농지 확보를 위해 하천을 무분별하게 개발했던 30, 40년 전과 같아선 안된다”며 “지류를 복원해 강의 자연스런 흐름을 지키는 한편 물과 뭍이 만나는 곳의 생물 서식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행처럼 번져가는 국내 하천정비·복원 사업이 ‘생태없는 생태하천’을 양산하는 지금 하천의 생태적 가치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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