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취재
새로움을 조망한다, 독립잡지의 세계

패션, 예술에서 스포츠까지 서점의 한켠에는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대중잡지들이 즐비하다. 최근 일부 대중잡지들이 문화를 획일화하고 상업성을 지나치게 추구한다며 비판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잡지의 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비주류, 비상업적 문화를 추구하는 ‘독립잡지’가 바로 그들이다. 광고주의 과도한 영향력에서 벗어나 기존의 잡지들이 조망하지 않는 새로운 영역을 비추며 문화에 다양성을 더해가는 독립잡지의 세계를 만나보자.

   
 
  그래픽: 손혜영 기자 rewjie@snu.kr  
 

대중잡지에 가려진 부분을 조망하다

잡지라기엔 작은 크기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적지 않은 잡지 「하다(HadA)」는 지난 해 9월 창간준비호를 시작으로 독립잡지의 세계에 발을 디딘 격주간지다. ‘~하다’라는 접미사가 단어 뒤에 붙어 움직임을 부여하는 것처럼 여러 비주류 문화들에 움직임과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하다」. “문화·예술의 변두리에서 아마추어와 비주류 문화를 대중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싶다”는 발행인 이선정씨의 말처럼 잡지는 매번 인디문학, 정크아트, 다큐멘터리 사진과 같이 대중의 관심에서 한발 떨어져 있던 분야들을 조명한다. 지난 2일(화) 발행된 제21호 ‘축제ː하다, 연극’에서도 허울뿐인 대학로 극장 문화특구에서 벗어나 거리를 새로운 공연의 무대로 만들어 가는 연극인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매번 새로운 내용을 담기 위해 골몰”하는 「하다」는 당당히 외친다. “「하다」를 요주의 하라”고. <문의: 「하다」(http://www.hadain.com>

「보일라」의 이름은 ‘자, 봐! 어때?’를 뜻하는 프랑스 감탄사 ‘Voila’를 로마 표기법으로 읽어본 데서 온 것이다. 「보일라」의 관심은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무명의 미술가들에게 기울어져 있다. 발행인 강선제씨는 “지방은 문화기반이 약해 문화·예술인들이 대부분 서울로 떠나고 있다”며 “부산의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활동 기반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잡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방을 떠나지 않고도 예술가들이 활발히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2002년 발간되기 시작한 「보일라」는 부산의 무명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이번에 발간된 제83호에서도 부산 출신의 작가 이현배, 전이영씨의 작품과 인터뷰,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카투니스트 ‘팀 방사능’, 인디밴드 ‘아침(Achime)’의 인터뷰를 실었다. “10년은 채우는 것이 목표”라는 「보일라」는 오늘도 부산 무명 예술가들 곁에서 그들을 응원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문의: 「보일라」(http://cafe.naver.com/vo-ila.cafe)>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다

대중잡지를 발간하는 데 있어 광고는 매우 중요하다. 광고 수익 없이 대량의 잡지를 발간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광고 수익금이 잡지 판매 이익을 웃돌기도 한다는 잡지계에서 잡지는 광고주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독립잡지는 상업성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광고 없는 잡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독립잡지 발행인들에게 잡지의 의미는 잡지의 상당 면을 차지하는 광고가 아니라 내용의 참신함과 주류문화로부터의 독립성에 있다. 그들은 광고주의 요구에서 벗어나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풀기 위해 과감하게 광고를 배제해 왔다. 올해로 10년을 맞는 장수 잡지 「싱클레어」 역시 광고를 거부한다는 그들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싱클레어」는 지난 10년간 홀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기고 받은 글과 사진을 싣는 문화·예술잡지로 자리매김 해왔다. 나아가 「싱클레어」는 기고한 필자들이 따로 웹상에 커뮤니티를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고 친목을 다지는 하나의 필진공동체로 거듭나기도 했다. 발행인 김용진씨는 “원고료도 없는 이 일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잡지에 대한 순수한 열망 때문이었다”며 “잡지의 부피가 얇아지고 부수가 줄어들더라도 자본 논리를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독립잡지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강한 소신을 내비쳤다. <문의:「 싱클레어」(http://www.sinclairpress.net)>

주류 그래픽 문화를 넘어 새롭게 시도되는그래픽 아트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계간지 「그래픽(GRAPHIC)」 역시 상업성 배제를 잡지 발행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꼽는다. 「필름 2.0」의 편집장을 역임했던 「그래픽」의 발행인 김광철씨는 “대중잡지에서 경험한 광고주의 압박과 상업성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독립잡지를 발행하게 됐다”고 말한다. 잡지의 서문에는 ‘자본이나 기관, 나아가 권위와 관습으로부터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지향하며 잡지 등 출판물을 발행하는 것 이외에 어떤 상업적인 목적도 가지지 않는다’는 그의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잡지는 내용 측면에서도 젊은 작가들의 소규모 스튜디오 문화나 타이포그래피 등을 다루며 그래픽 분야의 동향과 새로운 시도를 조망하고 있어 전문 잡지로서의 역할 역시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 잡지는 최근 그 전문성을 내세워 해외까지 독자를 확보해 나가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문의: 「그래픽」(http://graphicmag.co.kr)>

독립잡지, 대중을 꿈꾸다

최근 독립잡지들을 한 자리에 모아 판매하는 공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독립잡지 「수상한m」의 발행인이기도 한 이로씨는 지난해 국내외 독립잡지를 판매하는 서점 ‘유어마인드’를 열었다. 그는 오프라인 서점과 함께 온라인 서점도 열어 대중과 독립잡지의 거리를 한 걸음씩 좁혀 나가고 있다. 종로구에 위치한 아트선재센터의 ‘더 북스’ 역시 독립잡지를 위해 조성된 공간이며 혜화역 인근에서 일반서적을 판매하는 ‘이음아트’ 한켠에서도 독립잡지를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독립잡지는 그 영역을 넓혀가며 대중과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대중과의 소통 기회가 늘어감에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독립잡지는 잡지의 한 축으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진씨는 “사람들의 취향이 아직은 다양하지 않고 다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문화에 편향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독립잡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정된 배급 범위, 상업성 배제로 발생하는 제작비용 충당 문제 등의 경제적 어려움도 독립잡지가 직면한 문제다. 실제로 독립잡지의 발행자들은 잡지를 발간하는 일 외에 다른 직업을 가지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독립잡지들은 여전히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강선제씨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치로 내걸었을 때 이미 경제적 문제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며 “이는 대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잡지를 계속 대중 앞에 선보이기 위해 우리가 감내해야 할 어려움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 대중의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독립잡지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이로씨는 “불특정소수의 모두가 다양한 독립잡지를 향유하게 되는 때”라고 답한다. 독립잡지가 말하는 문화에 공감하는 소수가 계속해서 늘어나 셀 수 없이 많은 소수의 사람들이 독립잡지를 읽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을 향해 독립잡지는 오늘도 걸음을 재촉한다.

 

박차리 기자  pcr1121@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차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많이 본 뉴스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