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와 체벌전면금지조치를 놓고 진보진영의 무리수라는 둥 교육현장을 모른다는 둥 하는 말을 들을 때면 무라카미 류의 『엑소더스』가 생각난다. 이번 조치들을 비난하는 것은 다만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데 기여하는 것일 뿐이지 않을까. 확실히 경기도와 서울시 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안겨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학교의 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고, 교사들은 반항적인 학생들을 체벌 없이 제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뉴스마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지만 이런 혼란들이 학생들에 대한 폭력과 자유의 박탈을 묵인하는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이름으로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행위, 학생들의 사적 기록을 열람하거나 소지품을 검사하는 행위, 학생들의 이성교제나 신체접촉을 처벌하는 행위에는 인간적인 무언가를 빼앗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겪는 혼란과 갑작스러움은 새로 도입한 제도들의 결함이 가시화된 탓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까지의 관행이 누적시켜온 학생들의 분노와 불신이 분출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재의 혼란을 해결하는 방법은 폭력과 자유의 박탈을 묵인하는 체제로 돌아가 다시 한번 분노와 불신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소홀히 해온 문제, ‘체벌을 동반한 강제’와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교사나 부모가 대신 행사하는 것’으로부터 ‘가르침’을 구분해내는 문제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모적인 논쟁과 비난을 멈추고 이 문제에 대한 사유를 시작하자. 감옥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학교로부터 ‘탈출’하는 유일한 비상구가 여기에 놓여있을 것이다.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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