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들이 점차 똑똑해질수록 인간들의 삶은 안락해졌다. 인간은 오랜 시간동안 기계의 주인을 자처하며 그것을 최대한 유용하게 사용할 방법을 찾아 고심해왔다. 기계가 인간을 앞지를 수 없다는 오랜 믿음은 인간만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도 일부 기인했다. 하지만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실 기술 문명이 인간의 사고를 주조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히며 인간의 행동 양상을 비롯해 심지어는 두뇌까지도 기계에 속박되기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마이클에이더스 지음ㅣ김동광 옮김

미국 역사학자 마이클 에이더스는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를 통해 그동안 기계는 인간의 도구였다는 통념과는 달리 기술 지상주의라는 신념이 특히 유럽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틀로 작용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각 시대의 혁신 기술에 대한 소개와 여러 문학가, 여행가, 철학자들이 남긴 기고들을 종합해 유럽이 문명의 이름으로 남겨왔던 행적의 중심에는 사실 기계라는 척도가 있었음을 고증한다.

저자는 유럽의 역사를 시대별로 개괄하며 유럽인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된 기술 우선주의가 각 시기마다 어떤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는지를 밝힌다. 그에 따르면 식민주의, 인종주의는 대표적인 지배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 있다. 두 사상에 반영된 문명화에 대한 사명은 타자를 바라볼 때 얼마나 기술적으로 진화했는가에 집중했던 그들의 성향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17세기 후반 유럽을 강타했던 이성 중심의 계몽주의 역시 사회가 과학과 기술 문명을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에서 발원했다고 말한다.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는 기계라는 척도에 의해 주도된 유럽의 역사 패턴을 이론화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반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보다 단호한 목소리로 IT 기술 문명의 폐해를 지적한다. 카는 그동안 IT 분야의 유명 컨설턴트면서도 IT 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칼럼을 써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니콜라스 카 지음ㅣ 최지향 옮김

저자는 스마트폰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오늘날, 점차 확산되고 있는 웹 문화가 사람들의 두뇌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책에서 “뇌는 우리가 사고하는 대로 바뀐다”고 단언하며 그 근거로 여러 신경 의학 연구 실험들에서 도출된 성과를 제시했다. 여러 실험 사례들에서 인간의 습관이나 행동 양상에 의해 두뇌에 유의미한 변화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포착한 저자는 인터넷에 익숙해질수록 점차 책 읽기에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담을 통해 독자와의 공감을 모색한다.

저자는 웹상의 정보들이 인간의 집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이와 대비되는 문자 양식의 풍부한 사색 가능성에 대해서도 첨언한다. 인지 과학 연구원들의 실험에 따르면 링크들로 구성된 웹상의 정보는 선형 구조의 활자 양식보다 인간의 두뇌를 더 피곤하게 만든다. 즉 인터넷은 무수한 ‘관련 링크’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사고에서 정밀한 논리를 절취하고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엔 우리를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구글을 대표적 사례로 든 저자는 구글이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관련 링크를 통해 웹상을 배회하며 자연히 여러 광고와 오락거리를 접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 권의 책은 기계와 함께하는 인간의 삶이 진정으로 윤택해졌는가를 새로운 방식으로 성찰하게 한다. 결국 두 저자는 모두 인간이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 후 과학 기술 문명에 속박당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러한 경고는 과연 ‘편안한’ 인간이 동시에 주체적인 인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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