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개국이 가입한 국제금융의 축

유엔(UN)의 한 전문기구는 외환위기와 동시에 한국에 사무소를 차렸다. 사무소에는 “당신들때문에 회사가 망했다”며 울부짖는 중소기업인의 항의전화에서부터 “아이 학교 숙제 때문에 그러는데”라며 기구의 역할을 묻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90년대 말 국제 통화기금(IMF) 한국사무소에서 볼 수 있던 풍경이다.

IMF는 1998년 3월 과천 정부청사 안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1997년 12월 구제금융을 받은 한국 정부가 IMF와 체결한 이른바 ‘경제프로그램 각서’의 내용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감독하기 위해서였다. 정부청사에서도 재정경제부의 한쪽에다 사무소를 차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IMF 한국사무소는 고금리 정책 등 IMF가 한국에 제시한 방대한 세부 경제 프로그램의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이를 미국 워싱턴에 있는 IMF 본부에 보고하는 일을 수행했다. 각서의 준수 여부 판단에 필요한 자료 수집도 IMF 한국사무소의 일이었다. 한국경제는 규모가 10평이 채 안되는 IMF사무소의 감독 아래에 있었다.

“올해 11월, 한국이 IMF집행 이사국 될 것”

그러나 2001년 이후 IMF 한국사무소의 임무는 크게 바뀌었다. 정부가 당초 계획(2004년)보다 3년 앞당겨 구제금융을 모두 상환하면서 프로그램 이행 감독도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경제정책 자문 ▲국제 금융지식 제공 ▲한국 각계 의견수렴 및 홍보가 주요 업무가 됐으며 한갏MF본부 간 가교 역할을 맡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케네스 강(Kenneth Kang) 한국사무소 대표는 “대학, 재계, 비정부기구 등을 찾아 경제 및 국제 이슈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을 이해하고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다른 나라에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 일각에서 IMF를 미국 등 선진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보는 의견에 대해 강 대표는 “IMF 자금의 대부분이 선진 7개국(G7)에서 제공한 것은 사실이나 정책 및 국가적인 문제는 회원국들이 컨센서스로 결정한다”며 “IMF는 (미국 등 일부 선진국만이 아닌) 18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라고 밝혔다. 그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17%의 투표수를 가진 미국 등 선진국들은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갖지만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된 개도국들도 마찬가지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올 11월에 한국은 처음으로 IMF 집행이사국이 된다”며 “이는 한국이 미국, 일본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IMF에 관심있는 젊은이들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본부에서 2년간 자료조사 업무를 돕는 조사보조프로그램(RAP)에 지원할 수 있다. 자격은 경제학, 컴퓨터과학, 통계학, 수학, 경영학 전공 대졸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IMF사무소가 2곳에 개설돼 있다. IMF는 처음에 재정경제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에 사무소를 개설했으나, 외환위기 당시 하루에도 여러 번 대책 회의가 열렸던 서울 정부청사와 거리가 멀어 한국은행 별관에도 사무소를 하나 더 마련했기 때문이다. IMF 한국사무소에는 두 곳을 통틀어 상주대표 1명과 한국인 직원 4명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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