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길은선 기자 tttkt@snu.kr

“제 꿈은 봉사하는 건축CEO가 되는 거예요. 불우이웃을 위해 편안한 집을 지어주고 싶어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장애가 없는 것처럼 생활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건축학과 새내기 정재식씨는 환하게 웃으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정씨의 좌우명은 ‘인생은 짧기에 살면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자’이다. 그는 자신의 좌우명에 걸맞게 특이한 경력으로 삶을 채워왔다. 그의 유년은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아역 배우로서 브라운관을 누비는 것으로 메워졌다. ‘TV는 사랑을 싣고’, ‘시간여행 역사 속으로’, ‘매직키드 마수리’ 등 공중파 방송과 유명 뮤직비디오에서 주연과 조연을 번갈아 맡으며 TV 출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현실로 옮긴 것이다.

하지만 2003년 태풍 매미가 한국을 집어 삼키며 그의 꿈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어린 그에게 건축기사들의 손길이 닿자 태풍에 처참히 휩쓸려간 친척들의 집이 재건되는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는 “도무지 고칠 수 없을 것 같다는 집들도 리모델링해 좋은 집으로 만들어주는 건축기사들이 마술사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무보수로 일하는 건축기사들의 모습은 그가 자선건축가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연기자로서의 경험과 건축가에 대한 동경 사이에서 고민하던 정씨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업과 연기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결국 과감히 연기자의 삶을 내던졌다. “제가 연기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은 정신적인 부분에 한정된다는 걸 느꼈어요. 반면 공부를 하면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응용해 사람들에게 물리적 도움과 정신적 만족을 모두 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라며 당시의 결단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연기를 그만뒀다고 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겠다는 그의 좌우명이 퇴색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씨는 연기를 그만두면서부터 축구부, 농구부, 밴드부 등에서 활동하고 피아노와 기타를 틈틈이 배우며 자신의 삶을 한층 더 다채롭게 꾸미고자 노력했다. 또 고등학교 3학년 때 카이스트가 주최하는 ‘미래도시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전해 금상을 수상하고 건축을 비롯한 여러 캠프와 교수와 함께 연구하는 R&E 프로그램과 해비타트 봉사활동에 수차례 참여하는 등 꿈을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오랫동안 염원했던 학과에 진학해 마냥 기쁘기만 하다는 정씨는 건축CEO라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면서 다양한 활동도 놓치지 않겠다고 말한다. “건축CEO가 되기 위해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며 학생회와 경영학술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못 다한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대학생활에 대한 새내기의 열망이 가득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아역배우로 활동했을 때의 프로필 사진을 꺼내들었다. 사진 속 앳된 그의 밝은 미소처럼 앞으로 펼쳐질 그의 행보도 활짝 빛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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