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한국 남성들에게 배가 나온 것은 창피한 게 아니라 자랑거리였다. 워낙 궁핍한 시대였기에 뚱뚱한 사람은 뭔가 좀 있어 보인다는 인식이 퍼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인식은 아기들에게도 적용됐다. 당시에는 ‘우량아 선발대회’라는 것이 개최돼 또래에 비해 더 건장한 아기들에게 상을 줬다. 이 시기 부모들에게는 자기 자식이 이 행사에 참여해 ‘우량 아기’로 뽑히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우량아들은 현재 기준으로 치면 과체중이나 비만에 가깝다고 하니 요즈음 부모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대상일 것이다.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뚱뚱한 학생은 강북에, 날씬한 학생은 강남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초중고교 학교별 비만율을 조사해보니 상위권을 대부분 강북지역이 차지했고 하위권은 강남3구, 양천구 등 강남지역이 대부분이었다. 강북지역 학생들이 강남지역 학생들보다 운동량이 적거나 더 많이 먹거나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무슨 이유일까?

미국의 경우 농업이 자연에 순응하던 방식에서 고도로 기계화된 생산체제로 전환된 이후 하루 평균 국민 일인당 3,900kcal가 생산된다고 한다. 미국 국민에게 필요한 양의 두 배이고 1980년에 재배했던 것보다 700kcal가 더 많은 양이다. 기업적 영농이 이윤 극대화의 목표 아래 칼로리를 추가로 생산하면서 식품산업계는 그 추가 열량을 사람들의 몸 속에 집어넣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가공식품, 탄산음료, 육류 등이 저렴하게 제공되며 이들을 담는 식품용기도 훨씬 더 커졌다. 미국인들의 부가지방 섭취가 1975년 이후 3분의 1 정도 증가했고 이에 따라 그들의 허리 둘레도 변했다. 그들이 섭취하는 총칼로리의 약 3분의 1이 이른바 정크 푸드에서 나온다고 한다. 게다가 식품 기업들은 이러한 잉여 칼로리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주요 표적으로 삼아 영업활동을 벌인다. 어느 누구도 이렇게 많은 추가 열량을 원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정크 푸드를 사 먹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삶은 왠지 모르게 바빠졌고 그들의 생활공간은 패스트 푸드점으로 가득 채워졌다. 싸고 간편하고 칼로리가 높은 식품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약할 뿐이다. 게다가 소득이 빠듯한 사람들에게 정크 푸드는 선택이라기보다 필수다.

잘살고 못살고의 차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그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한국뿐 아니라 다수의 주요 국가들에서 빈부격차가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라 한다. 최근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화 열풍 근저에는 대량실업, 빈부격차의 심화 등이 자리잡고 있다. 얼음은 가장자리부터 녹아 봄을 알리듯 저 먼 곳으로부터 풍겨오는 재스민 향기가 봄을 재촉할 수 있을까?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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