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수) 사회대(16동)에서 ‘청년필름’ 영화사 대표 김조광수 감독의 강연회가 열렸다. ‘소수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강연회에서 김조감독은 동성애자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영화 연출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중학교 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다는 김조감독은 동성애에 대한 지식을 접할 기회가 없어 20대 후반까지도 자신이 전염병에 걸린 줄 알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병을 옮길까봐 다가가지 못하고 우울과 자책에 휩싸인 채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동성애를 이해하면서 자신을 긍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당당히 살 수 있음을 알게 된 뒤 지금의 밝은 성격을 갖게 됐다”며 “내가 가진 정체성과 사회를 개선하겠다는 신념을 결합해 동성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조감독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친구사이?」 등 동성애를 다룬 3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했다. 현재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라는 장편영화를 준비하는 중이다. 그는 “이전의 동성애 관련 영화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어두운 모습만을 보여줘 아쉬웠다”며 “앞으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 계획으로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성 정체성 등으로 고민하고 있을 학생들에게 무작정 감추려 하지 말고 주위에 드러낼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누구든 혼자만의 고민이 있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행복해지길 바란다”며 “이성애자들도 자기 주변의 누군가가 커밍아웃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한다면 서로 상처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길은선 기자 tttkt@snu.kr

그는 강연 내내 스스럼없이 사적인 이야기를 하며 농담을 던지는 등 쾌활한 성격을 드러냈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게이로 태어나고 싶다”며 “소수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은 다른 사람에겐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말과 함께 강연을 끝맺었다.

한편 강연 하루 전날인 15일에는 그가 7년간 교제한 동성 애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언론에 발표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파트너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데다 기자에게 사적으로 얘기한 내용이라 보도될 줄은 몰랐다”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확인한 만큼 언젠가는 공개 결혼식 등을 통해 동성애자의 결혼에 대한 사회적인 공론화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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