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제도나 사안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분분했던 문제들이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 관심사로 떠올랐던 제도적 문제들과 사건들이 어떤 변화를 보여왔는지 점검해 본다. 이전과 비교해 학내 구성원들의 현재 인식을 살펴보고 대학당국이 각각의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대학신문』이 이번 연재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후생관 공사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작년 대학당국이 후생관 건물을 헐고 아시아연구소를 짓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함에 따라 후생관 내 편의시설과 동아리방은 갈 곳을 잃었다. 10년 이상 입점해있던 업주들이 반발하자 생활협동조합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학내 공사는 항상 뜨거운 감자였지만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늘도 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된 두산인문관의 기공식이 열린다.

이러한 학내 공사에 대해 학생들의 반응은 달갑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공사가 학생들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대체 공간 및 우회 통로를 마련하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학내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작년 9월 착공을 시작한 글로벌공학교육센터 등 신축 5곳, 리모델링 2곳으로 총 7곳이다. 이 중 두산인문관과 사범대 간이식당(111동), 사범대(12동) 공사가 비슷한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돼 학생들의 불편은 심화되고 있다. 김용재씨(국어국문학과·09)는 “공사로 인해 사범대에서 인문대로 가는 길의 너비가 기존에 비해 현저히 줄어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등·하교 시간에 길이 혼잡하다”고 말했다.

공사로 인한 불편함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대학 당국은 학생들의 불편해소보다는 건물 완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5월에는 인문대 신양학술정보관(4동) 앞 공터 공사로 많은 학생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대학신문』 2010년 5월 24일자).  당시 공사 시작 전 시설과는 “가설 통로를 만들어 학내 구성원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설 통로는 진흙 위에 천을 깔아 둔 것에 불과했다. 게다가 하수도관 공사로 인해 보행로가 대부분 막힌채 공사는 강행돼 학생들은 공사 내내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학생들은 공사 이전에 학생들에게 공사로 인한 불편 사항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은진씨(사회교육과·10)는 “꼭 필요한 공사라면 그에 대한 당위성을 공사 계획 단계에서 학생들에게 설명한 후 이로 인한 불편 등을 논의해 이를 최소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공사로 인한 여러 불편과 더불어 학생들의 자치공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교육센터를 짓기 위해 사범대 광장인 페다고지를 없애려고 하거나 아시아연구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사회대(16동) 앞에 위치한 아고라를 일방적으로 폐쇄해 논란이 일었던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3월에는 인문대 리모델링 과정에서 대체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과방이 없어지기도 했다.

올해도 인문대 8동에 공사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자치공간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인문대 학생회장 아로미씨(미학과·08)는 “공사로 인해 해방터가 이런 식으로 폐쇄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임시적으로 막아 놓은 것이라고 하지만 인문대 교육환경개선협의회를 통해 학생들이 소통하는 상징적 공간인 해방터를 공사 이후에도 확실하게 보장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학생들의 불편과 문제제기에도 본부는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내년 시행될 예정인 법인화에 대비해 국고지원 공사를 최대한 많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이 바탕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과는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대부분이 국고지원금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며 “최근 2〜3년 사이에 학내 공사가 많아진 것은 법인화 이후에도 국가예산을 많이 지원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등으로 금년 예산을 확대하면 법인화 이후 정부 지원금이 이를 근거로 책정돼 추가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본부가 공사 계획에 대해 학생들과 우선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장 지윤씨(인류학과·07)는 “기업의 투자로 짓게 되는 건물은 기업의 입맛에 맞는 장소에 입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공간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다음 교육환경개선협의회에서는 신축건물의 계획을 보고받기로 했기에 공사 전 문제점을 지적하고 학생들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래 학생처장도 “다음 교육환경개선협의회에서는 신축건물 계획을 총학과 함께 검토해 건물이 완성됐을 때 학생들의 자치공간 문제 등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며 “학내에 학생들의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최소한의 학생들의 공간은 보장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부족함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공사로 인해 불편함이 생긴다면 이는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한 공사가 아니라 더 큰 부족함을 낳는 것이 돼버린다. 학생들이 공사에 대해 이전부터 논의를 요구해왔지만 대학당국은 지금까지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오는 30일 있을 열릴 교육환경개선협의회를 시작으로 상황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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