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외적 영역의 정치적 자유 규제 둘러싼 논란 증폭돼

▲ © 삽화: 강동환 기자


‘전국공무원노조’(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민주노동당 지지 천명을 계기로 현행법 상 공무원 및 교원의 정치적 중립 규정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법원은 지난 2일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간부들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전교조의 ‘시국선언’과 공무원노조 중앙대의원회의의 ‘특별 결의문’에서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한 것이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업무상 정치적 중립과 자연인으로서의 정치, 사상 및 신념의 자유는 별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역시 “민주노동당 지지방침 천명은 대외적 선거운동이 아니라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결정사항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한 것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학계 등에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헌법상 정치적 자유의 침해여부
우리나라의 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선거법, 정당법 등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 특정 정당 지지나 반대에 대한 금지가 명시돼 사실상 정치참여가 원천 봉쇄돼 있다.

그러나 헌법 7조 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있는데 반해 선거법이나 공무원법 등 실제 적용되는 하위 법률은 정치참여를 ‘금지’하고 있어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서상범 변호사는 “헌법이 최상위법이므로 공무원노조 등의 주장대로 정치적 의견 개진은 합헌”이라면서도 “실정법 상으로는 단순한 지지 의사 표명도 분명한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최봉석 교수(고려대ㆍ행정학과)는 “직무에 대한 정치적 중립 규정을 사람에 대한 규제로 확대 해석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위직 공무원과의 형평성 논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관련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고위직 공무원의 정당 가입은 허용하면서 하위직 공무원에게는 의사 표현조차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당법,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등에는 ‘교원의 정치활동은 금지된다’면서도 예외단서로 ‘대학의 전임강사 이상 교원은 제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안중 교수(교육학과)는 “교원 중 교수에게만 정치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법 적용상의 편파성 시비
한편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 이군현씨와 서래초등학교 전 교장 김영숙씨는 교원단체의 간부이자 현직 교장이면서도 비례대표 임명 후에 사표를 제출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앞서 3월 초에는 ‘서울사립중고등학교장회’가 현승일 의원의 한나라당 전국구 공천을 요구하며 교사들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을 벌였으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는 없었다. 전교조 윤희찬 조직국장은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한국교총이야말로 명백히 선거법을 위반했는데, 전교조의 지지 선언만 문제 삼고 있다”며 법 적용의 형평성 결여를 지적했다.

▲향후 전망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민주노총, 전국교수노조 등 68개 단체로 구성된 ‘공직ㆍ대학사회 개혁과 공무원ㆍ교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7일(수)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 허용은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법 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실제로 미국은 74년 연방선거운동법을 개정해 공무원에게 후보지지 의사표시, 정치자금 기부,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 등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공무원은 정당가입과 출마가 가능하며 원칙적으로 정치활동에 제한이 없다. 영국은 하위직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완전히 보장하고, 고위층 공무원에게도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공무원 노조 지도부에 대한 긴급 구속 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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