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둘러싼 노-사 갈등 매년 점화
객관적 기준 반영 안되는 책정 과정이 문제

지난 1986년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목적으로 최저임금제가 도입된지 25년이 흘렀다. 매년 최저임금 책정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정작 최저임금과 저임금 노동자가 당면한 현실의 틈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일(금) 최저임금 책정 문제를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가 제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전원회의는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위의 위원장을 새로 선출하는 자리였지만 노동계가 고용노동부에서 경영계 인사를 위원장에 선임하려 한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해 무산됐다. 또 이날 오찬에서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인상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돼 각종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 대립은 최저임금위가 구성된 초기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양측의 대립은 노동계의 25% 인상안과 경영계의 동결 혹은 3%인상안이 충돌하며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낮추면 고용장벽이 낮아져 지금보다 고용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황인철 기획홍보본부장은 “현재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 인건비 부담을 두려워한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보다는 다른 부문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사람들이 고용시장에 더 몰리게 돼 고용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현행 최저임금은 지나치게 낮아 인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은기 정책국장은 “현행 시급 4,320원인 최저임금을 한 달로 환산하면 90만 2천원에 불과해 저임금 노동자들은 생계를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물가 인상률과 노동생산성 증가를 고려해 최저임금이 최소한 10%는 인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10.3% 증가했으며 물가가 매달 4%가까이 오르고 있음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매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현행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책정은 최저임금위에서 의결한 사항을 정부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높이려는 노동계와 낮추려는 경영계의 정치적인 의도가 부딪히며 매년 최저임금 책정이 혼란을 빚는 동시에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과 괴리될 여지가 큰 것이다. 실제로 한달 기준 90만 2천원인 최저임금은 4인 가족의 최저 생계비인 143만 9413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현실과 부합하게 정해지려면 최저임금 책정 과정에 객관적인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프랑스는 최저임금을 정할 때 노·사·정 3자로 구성된 단체교섭전국위원회의 입장을 청취하지만 최저임금은 법에 따라 △소비자 물가지수 △‘근로자 기본시급률’에 따른 구매력 상승률의 2분의 1 △정부재량에 의한 인상률을 종합해 결정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 김종진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삶을 보장하고 유효 수요를 창출하며 산업의 효율성을 증진하는 역할을 한다”며 “따라서 최저임금 책정의 고정적인 기준을 마련해 노동자의 현실에 부합하는 최저임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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