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소영 편집장
지난달 25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청년실업은 문·사·철 전공 과잉공급 탓이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하루가 지난 26일, 한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이주호 교과부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나는 내가 고용노동부의 간담회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인문교양교육과 예체능교육 모두 대학 교육에서 중요하지만 취업이 잘 안되는 학과에서 졸업생을 너무 많이 배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라는 교과부장관의 발언을 생각해보면 나의 착각은 무리가 아닌 듯하다.

교육에 대한 현 정부의 어긋난 인식은 간담회 내내 드러났다. 이주호 장관에 따르면, 기초학문은 “1, 2학년때 강조되는 교양교육”에 불과하며 “기업에서 요구하는 교양을 갖춘 인재”가 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대학에서 이뤄져야 하는 교육은 “현장 중심적 실무 교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교육(敎育)’은 내부적 능력을 개발시키고 미숙한 상태를 성숙시킨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행위 또는 그 과정’이다. 하지만 교과부 장관의 이러한 인식 속에서, 이 장관이 부르짖던 “창의와 융합의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는 사고하는 능력을, 더불어 사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었다. ‘창의와 융합의 능력’은 경쟁에서 살아남아 취업하기 위한 능력이고 스펙이며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직업 시장에서의 ‘가격’을 높여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경쟁에서 이기기를 강요받는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되 경쟁력을 높이는 대학에 이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정책 하에서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 역시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을 강요받는다. 대학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여야하고 이 과정에서 대학에서의 교육은 더 이상 사전적 의미의 교육이 아닌 취업 교육으로 전락한다.

기초학문의 위기에 대한 우려에 “기업은 폭넓은 인문교양적 소양을 갖춘 인재도 필요로 하므로 기초학문이 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대답을 고용노동부가 아닌 교과부에서 들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대학은 직업인 양성소가 아니다. 우리가 대학에서 기대하는 것은 직업 교육이 아닌 진정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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