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사고 25주년 맞아 핵발전 위험성 재경고
연장 운행하는 고리 발전소에 대한 비판도 제기돼

봄비가 내리는 따사로운 봄에도 시민들은 방사선 공포에 몸을 사리기 바쁘다. 지난 3월 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서 이웃나라인 한반도에도 방사선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이에 지난달 26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체르노빌 핵사고 25주기를 맞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행동’ 집회가 열렸다. 

사진: 서진수 기자 ppuseu@snu.kr

이날 집회는 노란색 보호복과 방독면 차림의 청년들이 검정 우산을 들고 가장행렬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녹색연합 신근정 녹색에너지디자인사무국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핵발전을 줄이거나 폐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은 핵발전소를 21개 증설해 원자력 에너지로 충당하는 전력비율을 현행 30%에서 55~60%까지 늘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도 핵발전 정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다른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자 이번 집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집회에 참여한 사회 각계는 방사성 물질의 확산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현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과 함께 “핵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구호를 외치며 발언을 시작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방사선을 피하는 방법은 핵을 폐기하는 것밖에 없다”며 “현 수준의 방사선을 연간 쬐는 것은 만 명 당 1명이 암에 걸릴 정도로 위험하지만 정부는 안전하다고만 말한다”고 비판했다. 성북생협의 안영신 조합원도 “정부는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을 방사선 공포를 부추기는 불순세력들의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말장난을 일삼고 있다”며 “정부는 매일 방사선 수치를 국민에게 명확히 공개하고 먹을거리에 대한 강력한 전수 검사와 대응 요령 홍보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연장 운행되고 있는 고리 발전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환경연합 김종남 사무총장은 “고리 원전 1, 2호기에 이어 3, 4호기에서도 발생한 고장은 그 위험성이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에서 일어났던 재앙의 동급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고리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과 민간 거주지의 거리가 가까운 한국에서 원전 사고는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음에도 현 정부는 고리 원전을 연장 운행하는 등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는 다양한 문화 공연들과 체르노빌 핵사고의 위험성을 홍보하기 위해 그린피스가 제작한 영상을 보는 순으로 이어졌다. 끝으로 참여자들은 체르노빌 핵사고로 죽어간 희생자와 느릅나무를 추모하는 ‘엘름댄스’를 추는 것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집회에 참여한 김재원씨(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04)는 “현재 한반도에 위험한 수준의 비가 내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만큼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집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앞으로 이런 집회가 더 많아져 결국에는 세상에서 핵이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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