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정성, 노동3권, 산재보험 혜택 배제된 특수고용직
모호한 ‘근로자’ 개념 재정의해 노동자성 인정해야

5월 1일은 노동자의 날이다. 하지만 2011년 5월 1일, 기본적인 노동 3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산재보험도 보장받지 못하는 한국의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노동자’라는 이름은 누릴 수 없는 사치다. 『대학신문』은 세계 노동절 121주년을 맞아 ‘노동자’가 되기 위해 투쟁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돌아봤다.

◇’노동자’가 아니라서 서러운 특수고용직=△간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덤프트럭 기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형태 근로 종사자(특수고용직 노동자)는 현행법상 개인 사업자로 규정된다. 이들은 회사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대일로 계약을 체결하며 월급이 아니라 수수료, 수당을 받는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약 58만명에 이르지만 노동계는 복잡한 고용관계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수는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새로운 고용형태로 자리잡은지 10년이 흘렀지만 이들은 기본적인 고용 안정도 보장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받지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이를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에는 대한통운이 택배료 인상을 요구한 택배 기사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자 이에 분개한 화물연대 광주지부 박종태 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단결권을 비롯한 노동3권도 이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단어다. 택배기사를 비롯한 화물노동자들이 결성한 '화물연대'는 합법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의 파업은 ‘불법 집단 운송거부’로 규정되고 있다.

또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산재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산재보험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전면적용을 위한 준비회의’가 퀵서비스 기사, 간병인, 덤프트럭 기사 등 특수고용직 4개 직군 344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연간 업무상 사고율은 23.8%로 평균 산재율 0.7%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직업병과 업무상 사고에 대해 전혀 산재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나마 대법원 판결에 의해 산재 적용을 받는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 기사 △보험설계사 등 4개 직군의 산재보험 가입률도 2008년 15.34%에서 지난해 6월 9.65%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특수고용직, 정말로 ‘사장님’입니까=이처럼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정부의 근로자 개념에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노동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근로자가 출퇴근 및 업무행위에서 직접적인 지시감독을 받는지, 원자재·작업도구를 사용자가 제공하는지, 보수의 기본급·고정급이 정해져 있고 근로소득세를 징수하는지 등의 여부를 노동자성의 주요한 판단 지표로 내세우고 있다. 일례로 노동부는 레미콘 운전기사들을 레미콘 운반량에 따라 운반비를 받고 출퇴근, 지각, 조퇴가 자유로우며 대리운전사를 내세워 레미콘을 운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윤애림 정책위원은 “노동부와 법원에서 근로자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은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근무하는 전통적인 노동자에 한정돼있다”며 “이는 특수고용직과 같은 새롭게 등장한 노동과정이나 노동 형태와 동떨어진 낡은 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노동유연화 정책에 따라 인력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는 노동자들을 특수고용직으로 전환해 사측이 져야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전까지 직접 채용됐던 학습지교사, AS기사, 보험설계사 등의 직군이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의해 특수고용직으로 바뀌었다”며 “산재처리나 고용 비용에서 회사의 부담이 줄어들고 회사 사정에 따라 계약관계를 끊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특수고용직이 간접고용, 파견근로와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고용직, 법의 울타리 안으로=이처럼 특수고용직의 열악한 처지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 논의는 2007년 이후 완전히 사그라진 실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와 노동자 사이의 중간자적 입장에 위치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인재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본래 직접고용이었다가 ‘위장 자영업자’로 전환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일반 근로자와 다소 다른 성격을 지닌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보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재보험, 고용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혜택들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도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자의 범위를 협소하게 보는 시각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영삼 교수(부경대 경영학부)는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제일의 기준은 종속적인 노동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생계를 영위하는가의 여부”라며 “비정규직, 파견직 등 고용형태가 다양화된 상황에서 외관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보이는 특수고용직도 실제 수행하는 노동이 종속적이라면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근로자’를 확대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해방 이후 노동법 개념 그대로인 현행 근로기준법을 오늘날 새로 등장한 고용형태를 포괄할 수 있도록 개정해 노동자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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