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에도 불법파견 문제 여전히 개선 안 돼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지지로 정규직화 쟁취하겠다”

지난달 28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울산과 아산공장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 등 200여명의 노동자가 참여한 가운데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쟁취 금속노조 투쟁 선포식’이 열렸다.

사진: 하태승 기자 gkxotmd@snu.kr

지난해 7월 대법원은 “현대차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은 사실상 현대차에 의해 통제됐다는 점에서 도급이 아니라 파견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차의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돼 현대차에서 2년 이상 근무한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러나 판결이 내려진지 280여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사측이 법원 판결에 따르지 않자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날 투쟁선포식에서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무더기 징계로 대응하는 현대차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에서는 총 84명이 해고됐고 정직·감봉 처분을 받은 노동자만 700여명에 이른다. 정직 기간이 끝나 회사로 복귀한지 하루 만에 다시 해고 통보를 받은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이웅화 비상대책위원장은 “가족에게 해고 소식을 전하자 10살 난 제 아들이 위로를 하더라”며 “우리 자식들까지 비참한 비정규직으로 살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현대차를 제재하기는커녕 노동자에 감시의 눈길만 던지는 정부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뤄졌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현대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 집회만 파렴치한 것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양회삼 부지회장도 “상경투쟁한 노조원들이 인왕산에 등산차 올랐더니 경찰들이 일일이 따라와 삼엄하게 감시했다”며 “정부는 현대차 비정규직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서 가진 것 없는 노동자에게만 가혹하게 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지를 외면하는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이기적인 태도에 대해 섭섭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20일 대의원회의에서 ‘정년퇴직, 25년 이상 장기근속한 정규직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을 통과시켜 안팎으로 ‘정규직 이기주의’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임종훈 현장위원은 “정규직은 세대에 걸쳐 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은 대대로 비정규직이면 옛 신분제 사회와 다름없지 않느냐”며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처지를 헤아려 투쟁에 함께 연대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이번 상경투쟁에서 시민선전전과 집회를 통해 비정규직 철폐의 정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장인호 지부장은 “시민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문제를 바꾸기 어렵다”며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지회가 함께 뭉쳐서 투쟁하고 시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내 정규직화를 이뤄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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