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평생을 대학에 몸담아 있던 나를 유감스럽게 하는 것은 교수에 대한 호칭이다. 예전에는 대학 교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언제부터인지 그것이 ‘교수님’으로 바뀌어 이제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거의 들을 수 없게 됐다. 후학이나 제자들로부터 듣는 이 교수님이라는 호칭은 나를 너무나 낯설게 한다. 그들에게는 내가 학문이나 팔면서 사는 직업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가. 적어도 스승이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인데 말이다. 낯선 사람 아무에게나 쓰는 가장 편한 호칭이 선생이기 때문에 자신들을 교육한 은사를 존경하는 뜻으로 교수님이라 부른 것이라고 자위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교수님 또한 너무 남용돼 대학 아닌 다른 직업인에게도 얼마든지 쓰는 말이 아닌가!
일본 대학에서는 ‘제자’와 ‘가르친 학생’, 그리고 ‘선생’과 ‘교수’라는 호칭은 엄격히 구분한다. 제자는 자신의 학문을 전수한 그야말로 학문적인 제자이고 가르친 학생은 강의를 들은 학생, 그리고 선생은 내게 학문을 가르친 은사이고 교수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호칭은 마음의 표현이다. 대학에서 교수가 은사로 보이지 않는다면 선생님이라는 말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개학 첫 시간 수업에 들어갈 때 마다 학생들에게 일러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책 속에 들어 있는 한줄 문장의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 그 얼마나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생을 전부 바쳐 헌신하였는지 아느냐고, 아니 그렇게 일생을 다 던졌지만 그 연구업적을 교과서에 단 한 줄로도 남기지 못한 무명의 연구자들이 얼마나 많이 뒤에 숨겨져 있는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느냐고. 대학에서 배울 학문은 글이 아니라 정신이고 마음이다. 그것을 가르친 사람은 교수가 아니라 스승이고 선생인 것이다.
대학신문
snupress@sn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