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비과세 2년 거주 요건 폐기 등 부동산 경기 부양 위한 부동산대책 나와
전세값 안정 등 서민 위한 대책 아닌 투기 조장하고 건설계의 입장 과대 반영됐다는 비판 제기돼

대졸 사회 초년생의 평균 초봉으로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데 13년이 걸릴 정도로 한국의 주택 가격은 서민들에게 턱없이 높다. 게다가 최근 무주택자들의 주거 마련 수단인 ‘전세대란’까지 겹치며 서민들의 거주 불안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근시안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일(일) 정부는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활성화방안’(5·1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올 들어 네번째로 내놓은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건설경기 활성화가 목표다. 이는 △양도세 부담 경감 △건설허가의 규제 완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지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건설계에서는 5·1 부동산대책이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에게 회생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이동주 사장은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어려워진 은행이 융자금을 전면 회수하면서 시공 건설사들이 줄지어 파산위기를 맞은 상태”라며 “건설이 GDP의 15%를 점유하는 한국의 경우 건설산업의 몰락은 치명적이므로 이번 정책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 주거권 간과하는 5·1 부동산대책=하지만 이번 부동산 정책이 투기 규제를 완화해 주택가격의 급등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서민의 주거불안정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간 정부는 1가구 1주택 부동산 매입자가 ‘2년거주·3년보유’를 충족하지 못한 채 해당 주택을 매각할 경우 시세차익의 40%를 양도세로 공제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따라 양도세 비과세 조건인 ‘2년거주’ 항목이 폐기되면서 투기가 늘어날 우려가 높다. 강병기 교수(국민대 부동산학과)는 “5·1대책의 양도세 완화는 주택가격 폭등의 주요인인 투기적 수요를 허용한다”며 “투자성 주택매입이 확대되면 거주목적 주택수요자의 주거보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부의 이번 5·1 부동산 대책이 가장 큰 문제인 전세대란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5·1 부동산정책으로 주택공급이 활성화돼 절대 물량이 늘어나 전세대란이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변창흥 교수(세종대 행정학과)는 “새로 공급될 주택들은 무주택자의 경제적 형편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가격한도를 넘어선다”며 “따라서 투기수요가 이 공급을 수용해 무주택자들에게 임대사업을 하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거주 목적보다는 투기 목적의 수요가 많은 부동산 시장에서 이번 정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늘어난 물량은 서민들에게 공급되기보다는 투기 자본에 의해 전세 물량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시장에 전세 공급이 늘어 전세 대란은 일시적으로 해소될 수 있지만 동시에 투기에 의해 주택가격도 오르게 된다. 강병기 교수는 “공급을 통한 전세대란의 일시적 해소는 결과적으로 주택가격의 반복된 상승을 야기하므로 서민의 주거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시장 활성화에 방점을 둔 정부의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을 가져오지 못하고 거품 경제만 키운다고 비판한다. 최병두 교수(대구대 지리교육과)는 “현재 위축된 부동산 시장과 부실한 건설업체의 모습은 주택 과잉 공급과 과도한 자금 투입에 따른 건설 부문의 거품이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낸다”며 “이미 엄청난 거품을 안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규모를 정부가 나서서 키우는 것은 투기를 방임하고 확대시켜 경제공황의 잠재위기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원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에 좌우되기 쉬운 현 경제 구조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및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과 유사하다고 한다.   

◇서민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 필요해=전문가들은 건설 경기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가 점차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병두 교수는 “주택산업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서서히 낮춰 부동산 거품 붕괴를 연착륙시켜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적정하게 줄어들고 실물경제의 기본구조와 조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기 교수도 “급작스런 인하는 일본의 버블 붕괴와 같은 경제위기를 초래하게 되므로 이 문제는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저가주택 보급을 점차 확대하는 등 국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면 시장원리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점차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창흠 교수는 “주택은 투자재이면서 동시에 필수재이므로 여느 투자재와 마찬가지로 시장원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간생활의 기본요소인 의·식·주의 한 축인 주택을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기보다는 국민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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