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아동 대상으로 월 20만씩 바우처 형태로 교육·보육비 지원하는 대책 나와
교육과 보육 일원화와 교육예산 확대 등 추가적인 조치 필요하다는 주장 제기돼

최근 정부는 만5세 아동들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사실상 ‘의무교육의 확대’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교육과 보육이 이원화된 현 아동교육 현실에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월) 정부는 내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만5세 공통교육 과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만5세 아동을 둔 모든 가정에 월 20만원씩 바우처 형태로 교육·보육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대해 시민사회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국가가 아동의 교육을 책임지는 만5세 공통교육이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로 ‘교육비 부담’을 꼽은 비율이 26.3%로 ‘나이가 많이 들어서’라는 이유(39.5%) 다음으로 높았다.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권혜진 사무처장은 “저출산 문제에는 아동의 교육비 부담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며 “이번 정책은 아동의 교육과 보육을 국가가 담당해야 할 책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만5세 공통교육의 재정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경제상황이 좋아지면서 교부금의 세원인 내국세가 충분히 걷히고 있으므로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추가 예산 없이 유아 의무교육과정에 소요되는 비용마저 교부금에서 충당하는 것은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하락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교원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우리나라의 교육예산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4.15%로 선진국의 6%에 훨씬 못 미친다”며 “교육예산을 쪼개 영유아의 교육과 보육에 투자하는 것은 초·중·고등교육에 써야할 돈을 빼서 돌려막기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경제적인 토대도 마련하지 않은 채 구색 맞추기로 유아교육과정을 도입했다는 지적이다.

또 전문가들은 현재 교육과 보육이 이원화돼 있는 유아교육의 실정상 공통교육 과정을 담당할 교원들의 질이 보장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유치원에서는 유아교육법에 따라 4년제 대학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딴 전문 교사만 고용하는 반면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직업학원 등에서 관련 학점 이수만으로도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신은수 교수(덕성여대 유아교육학과)는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보육교사가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각각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분리돼있고 관련 법 규정이 다른 실정에서 만 5세 공통교육의 관리·감독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직 한계가 많은 유아 무상교육 정책이 자리를 잡으려면 유아교육과 보육을 일원화하고 예산의 크기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만3세~5세 아동이 100% 가까운 취학률로 유아학교(E'cole maternelle)에 입학해 교육을 받고 만3세 미만 아동은 보육 서비스를 받는 등 연령별로 체제가 일원화돼 있다. 프랑스 정부는 GDP 대비 5.6%에 이르는 교육예산에서 유아학교의 운영비, 인건비 등을 전부 지원해 아동의 교육과 보육을 책임진다. 엄정애 교수(이화여대 유아교육과)는 “당장은 교직과정이나 연수를 통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질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처럼 국가가 육아와 보육 모두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또 교육과 보육예산 늘려 5세뿐 아니라 3~4세까지 의무교육과정 안에 포섭해 국가가 책임지는 육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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