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봄축제 ‘人F:WAR’]

삽화: 한혜영 기자 sweetdreamzz@snu.kr
꽃내음 가득하던 관악이 어느덧 녹음으로 울창하다. 봄과 여름이 마주하는 길목에 멈춰선 관악인들이 푸르게 달아오른 캠퍼스 곳곳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떠할까. 끝이 안 보이는 과제로, 팍팍한 경쟁으로 잠깐의 휴식이 필요한 건 아닐지. 24일(화)부터 26일까지 이런 우리들의 면면을 쏙 빼닮은 봄 축제 ‘샤워[人F:WAR]’가 펼쳐진다. 무한 경쟁 시대에 전쟁과도 같은 대학생들의 일상을 풍자한 이번 축제는 쉴새없이 내달려온 관악인들에게 다가온 사흘간의 즐거운 휴일이다.

여기엔 유쾌한 전쟁도 있다!

3일 내내 본부 앞 잔디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쟁시리즈 4탄’은 바쁘고 고된 관악인들의 나날을 게임으로 옮겨왔다. ‘아침 전쟁’은 단잠의 유혹을 떨치고 일어나 학교 갈 준비로 분주한 아침 시간을 묘사한 게임이다. 가장 빠른 시간 내 텐트 안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밖으로 나와 음식을 먹고 풍선을 터뜨려야 한다. 1:1로 겨뤄 이기는 사람에게 상품도 준다하니 친구와 아침의 분주함을 겨뤄봄은 어떨지.

‘출석 전쟁’은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교 버스의 정경을 담았다. 5513 버스로 꾸며진 차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탑승했는지를 세어 승자를 가리니 만원 버스에 몸을 싣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뽐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학점!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고 마음이 무거운 관악인들이여, 이제 그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즐거움에 박장대소해보자. 여기 학사 일정을 윷판에 묘사한 신개념 윷놀이 ‘학점 전쟁’이 준비돼있다. 걸리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휴학, 윷판에 적힌대로 윷이 뒤집히지 않으면 말을 앞으로 옮길 수 없는 중간?기말고사 등으로 짜여진 윷판이 기발하기 그지없다. 윷판 위에서는 치열한 ‘학점 전쟁’도 통쾌할 뿐이다.

또 낑낑대며 체력장에 임하던 옛기억을 회상하며 체력을 겨룰 수 있는 장도 마련돼 있다. 단체줄넘기, 윗몸일으키기 등의 종목으로 이뤄진 ‘체력 전쟁’이 바로 그것. 체력도 뽐내고 3위 안에 들면 상품도 얻을 수 있다고하니 친구들과 살을 부대끼며 값진 땀방울을 흘려보자.

잔디밭에서 한껏 어우러져 놀자

20대를 위한 놀이터가 있다면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축제에 마련된 ‘놀이터(노리터; No Litter)’는 각종 놀이기구 대신 우리를 들뜨게 할 프로그램들로 가득차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학생들의 로망인 야외수업을 성사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도 마련돼 있다. 친구들과 함께 교수님 손을 잡고 축제가 한창인 잔디밭으로 향해보자. 특별한 신청 절차는 없다고 하니 축제 당일의 열기를 빌려 교수님께 용기있게 야외수업을 졸라보는 건 어떨까. 축제 홍보물 뒷장에 있는 쿠폰을 가져가면 시원한 막걸리도 무료로 제공되니 참고하시길.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는 축제의 또다른 묘미다. 24일 본부 앞 잔디에서 열리는 기부 캠페인과 25일부터 이틀간 외국인 학생들이 자국의 음식을 만들어 파는 국제음식축제는 ‘노리터’의 재미를 한층 북돋운다.

25일, 근대법학100주년기념관(84동) 앞 공터에서 열리는 미대 축제 역시 많은 볼거리들로 길을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여러 미대생들이 동시에 그려주는 ‘5초 초상화’, 준비된 화판과 각종 미술도구들로 지나가는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함께 꼴라주’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니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부담없이 즐겨보자.

25일 잔디밭은 캠핑장으로 변해 밤새 학우들의 재잘거림이 묻어나는 정겨운 공간이 된다. 캠핑 ‘달하 노피곰 도다샤’의 신청자들은 잠자리 걱정없이 밤이 새도록 친목을 다질 수 있다. 텐트, 물, 술이 무료로 제공될 뿐 아니라 소중한 학우들과 함께하는 하룻밤이니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떠나는 캠핑 여행도 부럽지 않다.

관악인들의 끼로 충만한 축제

재기 넘치는 관악인이라면 더 이상 축제를 기다리는 참여자가 아닌 축제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다. 24일 오후 3시에는 기존 종목인 스타크래프트1을 비롯해 위닝, 카오스 등 다양한 게임을 신설한 ‘관악 게임 리그’의 결승전이 열려 예선 통과자들의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하자,연(宴)’은 문화관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힌 신청자들이 엮어가는 길거리 공연이다. 3일 내내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벨리댄스 동아리 ‘쟈스민’, 뮤지컬 동아리 ‘Let Me Start’의 공연 등이 예정돼있다.

올해 봄축제 역시 매년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 펼쳐져 축제의 밤을 뜨겁게 달구려 하니 모두 목청껏 열광해보자. 예선 통과자들의 노래 대결을 무대에 담는 관악 가요제 ‘샤우팅’은 24일 오후 7시 30분에, ‘FUZE’, ‘도끼토끼’ 등이 참여하는 관악 밴드들의 놀이터 ‘따이빙 굴비’는 25일 오후 5시 45분에 아크로 무대에서 흥을 돋운다. 각각 가수 슈퍼키드와 10cm가 무대에 올라 열기를 더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다. 축제의 마지막을 함성과 흥분으로 수놓는 폐막제는 26일 오후 6시 아크로무대에서 열린다. 학내 동아리 ‘몰핀’, ‘스핀’ 등과 가수 노라조가 함께하는 폐막제에서 미련 없이 마음껏 놀아보자.

‘축제하는사람들’ 회장 박연지씨(법학부·08)는 “눈 코 뜰새없이 바쁜 학생들의 일상을 축제에 녹여보고 싶었다”며 “이번 축제에서 학생들이 힘든 일상을 잠시나마 놀이의 개념으로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절의 변화를 살피는 여유조차 종종 버거워지는 5월의 마지막 문턱에서 축제는 일상의 피로에서 조금은 비껴있는 위안의 시간이다. 이번 축제의 부제처럼 ‘인생은 전쟁’이다. 하지만 전쟁같은 순간순간에도 행복한 기억은 있는 법. 그 전쟁같은 인생의 일부인 2011년 봄, ‘샤워[人F:WAR]’가 전해줄 유쾌함을 기억한다면 하루하루가 마냥 전쟁같지만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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