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아트컴퍼니 GIG 개관 기념 이봄이 개인전

긱(gig)이란 재즈아티스트들로부터 나온 용어로 뮤지션들이 함께 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트컴퍼니 GIG은 예술을 향한 열정과 충분한 능력이 있지만 현실적인 장벽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갤러리 겸 스튜디오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신진작가들과의 멋진 합주를 꿈꾸는 GIG의 첫 발걸음이 지난 20일(금)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열리는 이봄이 개인전 「Being another one」으로 시작됐다.

이번 전시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품을 구성하는 독특한 재료들이다. 보통 미술작품은 작가의 머릿속에 그려진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하고 보존하기 위해 나무껍질, 철사, 노끈, 흙과 같이 시간이 지나면서 형태와 색이 달라지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봄이 작가는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의 화폭엔 길거리에 버려진 나뭇가지(「desire」(그림 ①)), 녹이 슨 철망(「untitled」(그림 ②))이 당당히 자리해있다. 작가는 재료를 가리지 않는 콜라주를 통해 저마다 다른 역사를 가진 재료들의 시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융합한다. 이렇게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 그는 스스로 “작품이 나이가 들어 변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가 만들어 낸 이미지는 낡고 부서지거나 녹이 슬어가는 모습이다. 그의 설명처럼 작품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계속 변해가는 중이다.
사진: 아트컴퍼니 GIG 제공

작가는 작품의 재료나 이미지뿐 아니라 작품이 환경과 주고받는 상호작용도 중시한다. “작품들이 햇빛, 달빛 속에서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자연이 기꺼이 내 작품의 일부가 돼주기를 희망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그것이 놓인 곳의 빛과 함께 어우러진다. 사방이 막힌 채 조명으로 작품을 비추는 기존 갤러리와 달리 일반 주택을 개조해 자연광이 가득한 갤러리 GIG은 주위 환경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작가의 의도를 더욱 부각시킨다. 작품 「untitled」의 찢어진 캔버스 사이로는 GIG의 창문을 뚫고 들어온 아침의 햇살과 저녁의 노을이 넘나든다. 이것은 작품이 시시각각 변해가기를 바라는 작가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일상적인 재료에서 예술적 가치를 이끌어 내 작품에 오롯이 담아내고 그 결과물이 자연과 어울리도록 하는 작가의 손길은 작품을 넘어 공간으로 확장된다. 작품은 GIG이라는 일상의 공간에 흘러내리듯 걸려 시간의 침식을 받는다. 일상을 벗어난 물체가 일상적으로 널려있는 이곳에서 관객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GIG에서의 예술경험은 관객이 작품을 찾아 갤러리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관객의 일상으로 흡수돼 또 다른 ‘긱’으로 다가온다.

갤러리 GIG은 젊은 작가와의 첫번째 합주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이봄이 작가의 작품도, 젊은 작가를 발굴한 GIG도, 작품을 관람하는 우리도 저마다의 합주를 통해 전시의 제목처럼 ‘다른 무언가가 돼가는 중’이다. 그야말로 긱(gig)의 향연을 마주한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는 것이 작가가 바라던 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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