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추진 과정을 되돌아보다
법인화 추진 과정을 되돌아보다
  • 김소라 기자, 김경수 기자
  • 승인 2011.06.0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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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화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견수렴 부족과 법인화법 날치기 통과
야당은 법인화법 폐기법안 논의 추진 중이지만 통과 불투명해

법인화를 둘러싼 갈등이 이처럼 극단까지 치달은 것은 근본적으로 지난해 ‘국립대학법인서울대학교설립•운영에관한법률’(법인화법)이 날치기 통과된 탓이 크다. 이에 『대학신문』은 법인화법 통과를 전후한 추진 과정을 되짚어봤다.

서울대 법인화는 추진 역사가 오래됐지만 그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을 만족시킬 만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적은 없었다. 10여년 전부터 논의가 시작된 국공립대 일괄 법인화가 지지부진하자 본부는 2008년 9월 법인화위원회를 발족하고 서울대만 법인화를 우선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본부는 연구보고서 작성,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여러 차례의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법인화 추진에 주력했다. 그러나 설문조사는 이미 법인화를 전제하고 특정 답변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며(『대학신문』 2009년 4월 5일자) 공청회에서도 학내 논의가 아직 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부가 독단적으로 법인화를 진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본부는 구체적인 법안 내용도 공개하지 않아 민주적 절차에 대한 논란이 무성한 상황에서 ‘국립대학법인서울대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안’을 마련했고 2009년 9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토대로 서울대 법인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없었던 법인화 법안은 당장 학내 반발에 부딪혔다. 학내 노동조합이 법인화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교수 사회에서도 법인화와 관련한 심도 있는 학내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9년 가을 법인화 찬•반 총투표에서는 79.28%의 학생들이 법인화에 반대표를 던지며 법인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시 본부는 전체 학생에게 발송한 메일을 통해 “법인화는 국가와 대학 발전을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앞으로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대학신문』 2009년 11월 7일자).

2009년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정부법안이 입법예고된 원안과 다르게 수정된 것도 우려를 낳았다. 정부법안에 교과부 차관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대학 지배구조에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독소조항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에 교수협의회는 지난해 4월 성명서를 발표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법안은 대학의 자율성 신장과 재정적 기반 확충을 추구하는 법인화의 본래 의도에 맞지 않는다”며 “국회에 제출된 정부법안이 대학의 자율성, 민주적인 의사소통, 재정 기반 확충 등의 측면에서 교과부의 입법예고안보다도 훨씬 후퇴했다”고 비판했다(『대학신문』 2010년 5월 2일자).

무엇보다 현재의 법인화법에 대해서 국회에서 졸속 통과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학내외의 반대 의견과 야당의 거센 반발로 법인화 법안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면서 법인화 관련 논쟁은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듯 했다. 그러나 1년 동안 심사조차 없었던 법인화 법안이 지난해 12월 8일 여당에 의해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돼 통과되면서 서울대 법인화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교과위 소속 민주당 김유정 의원실 관계자는 “학생들이 물리력까지 동원하게 된 불행한 이번 사태의 원인은 입법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한 정부와 여당이 현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지난 3월 야당이 발의한 법인화법 폐기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계류돼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폐기법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과위 소속  한나라당 모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절차에 따라 서울대 법인화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폐기법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야당은 폐기법안 논의를 6월 임시국회에서 본격화할 계획이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폐기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의 구성 자체가 전체 의원 21명 중 한나라당 12명, 민주당 6명, 기타 3명으로 이뤄져 심사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교과위 소속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 관계자는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없었던 법인화법에 대해 원칙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야당에 불리한 권력구조상 폐기법안 통과 여부가 긍정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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