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Dialogue with the Present: 물질·빛·이미지 展

사진작가 이강우씨의 「Dialogue with the Present: 물질·빛·이미지 展」이 오는 18일(일)까지 서울대 미술관 MoA에서 열린다. 그는 이번 전시의 목적을 “사진을 회화처럼 사용해 현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화현상을 그려낸 지금까지의 작품을 회고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상품들이 천장까지 질서정연하게 쌓여 빽빽이 늘어서있는 대형할인매장의 내부를 담아낸 「코스트코 스타일」(2005, ①). 사람들이 카트를 몰고 바둑판처럼 가지런히 잘 진열된 매장 사이를 이리저리 바쁘게 쏘다닌다. 작가는 주체적인 소비의식을 잃어버린 대중을 표현하기 위해 사람들을 흔들리다 못해 흐려진 상으로 연출했다. 택배물류창고처럼 칙칙한 매장 안에서 상품은 자본의 권력을 등에 업고서 ‘싸고 질 좋다’는 달콤한 말로 매장을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결국 사람들은 이 물건과 저 물건 사이를 기웃거리다 어느새 대형할인매장의 상업적 횡포에 무뎌져 기업의 입맛에 맞는 소비자로 전락한다. 이로써 작가는 기업이 무의식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그릇된 소비의식을 심는 현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한편 설치작품 「길-속도-운명」(1996, ②)에서는 바쁜 일상에 힘겨워하는 현대인에 대한 연민이 드러난다. 상하로 크게 나눠진 이 작품의 윗부분에는 잠시 쪽잠을 청한 사람들의 얼굴과 지하철 손잡이를 꼭 붙든 손을 담은 장면이 병치됐다. 이렇게 지친 사람들이 몸을 실은 곳은 어디일까. 작품의 아랫부분에 답이 있다. 작가는 작품의 아랫부분에 빠르게 달리고 있는 지하철의 바퀴와 엔진을 조각내 재배치했다. 한 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지하철과 대비되게 지하철에 몸을 실은 이들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몸도 마음도 곯아버린 채 힘없이 손잡이 하나에 의지하고 있다. 아마 이들의 깊게 패인 주름이 유독 시선을 잡아끄는 탓은 삶의 고단함에 깊어진 우리네 부모님 주름이 생각나서가 아닐까?

이강우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을 통해 잘못된 문화세태에 따끔한 한마디를 던져주는가 하면 현실의 상황에 마음을 크게 다친 사람들을 애잔한 시선으로 보듬어주려고 한다.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현실을 꾸짖는 그의 신랄한 전시회에서 현대인에 대한 그의 따뜻한 마음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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