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정부의 주요 문화 분야로 육성되는 나라부터 연극 초석 다지기에 갓 돌입한 곳까지 국가별로 연극계 현황은 다양하다. 각기 다른 분위기 속에서 연극계의 발전을 위해 자생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외국 민간 극단의 사례를 소개한다.

지방 극단에 날개를 달다, 세이넨단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지방 극단이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일본 연극계 내부를 보면 많은 지방 극단들이 열악한 인프라 및 관객의 부족으로 인해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2003년부터 극장을 무료로 대관하며 신진 연극인의 작품 공연을 돕고 있는 극단 세이넨단이 이들을 위해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매년 두 차례씩 극단이 운영하는 고마바 아고르 극장에서 열리는 실험극 연극제인 ‘서밋 페스티벌’이다. 이 연극제에 초대되는 손님은 대개 지방에 근거지를 두면서 실험적 작품을 만드는 젊은 극단들이다. 유망함이 엿보임에도 지역적 위치 때문에 날개를 펴지 못하는 지방 극단의 어려움을 간파한 극단 세이넨단은 이들이 훨씬 좋은 제작 환경을 갖춘 도쿄에서 경험을 쌓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극단에서 배우는 극작의 첫 단계, 인스턴트 까페 씨어터

말레이시아 연극계는 정부의 관심사에서 빗겨나 있다.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작품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20년 넘게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극단 인스턴트 까페 씨어터는 풍자적 유머 창작극을 전문적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다. 현장 경험 속에서 연극계 창작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느낀 이 극단은 2003년부터 극작가 육성 프로그램인 ‘퍼스트웍스(Fisrtworks)’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극단 인스턴트 까페 씨어터는 수업, 세미나, 멘토링 형식을 적극 활용해 극작가 지망생이 ‘첫 작품’을 구성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말레이시아가 다인종, 다문화 국가임을 고려해 극작가들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작품 속에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두가 참여하는 진정한 협력 체제, 샤우뷔네

국공립 극단은 국가 재정에 의존하기 때문에 극단 운영에 있어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이와 달리 민간 극단은 보다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 간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꾀할 수 있다. 독일의 극단 샤우뷔네는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극단 내부에 민주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극단 샤우뷔네 페터 슈타인 대표는 ‘공동 결정’ 제도를 실시해 모든 단원의 목소리를 극단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민주적 체제를 통해 연극 작업부터 극단 경영까지 크고 작은 사안에 구성원들이 책임 의식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고자 했다. 극단 샤우뷔네는 연출가부터 기술 스텝까지 모두가 극단의 재정, 공연 예정 작품 등에 대해 모두 함께 논의를 한다. 또 극단 지도부를 투표 방식으로 선출할 뿐 아니라 지도부의 결정 사항에 거부 의사를 밝히는 비토(veto)권도 보장하는 등 구체적인 민주 체제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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