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참 공부를 열심히 한다. 정확히 말하면 필기를 열심히 한다. 설명을 듣다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에서 필기를 한다기보다는 일단 강의가 시작되면 바쁘게 적어내려가기 시작한다. 내가 사실과 다른 소리를 해도 적고 외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아마 불안해서일 것이다. 여하튼 학생들은 시험도 잘 본다. 그런데 왜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공부해서 무엇에 써먹을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지 물어보면 머뭇머뭇한다.

무슨 일이건 ‘동기’가 중요하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가 이 일을 왜 하고자 하는지 스스로 답할 수 있다면, 혹은 이미 시작한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가고 있다면 다소 돌아가는 듯이 보여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단지 무엇이 되기 위함이 아니라, 그래서 어떠한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면 자신이 살아야 할 바로 그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누군가에게 기여하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만약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해결되지 않은 상처가 있다면 아프더라도 들여다봐야 한다. 때론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워서 쳐다보기 싫다 하더라도 용기를 내어 그 상처를 이해하고 안아줘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성장’해가야 한다. 그럴 때에 자신 뿐 아니라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도 깊이 알 수 있게 된다.

세상에는 끔찍한 일들이 참 많지만, 내가 생각하는 끔직한 일들 중 하나는 전혀 성장하지 않은 채 나이가 들어가고, 그런 어른이 커다란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복지국가, 제도, 법, 전달체계를 배우고 상담이론을 배우다가 사회복지현장실습이라는 필수과목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학생들은 폐쇄병동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정신장애인의 삶을 보고 충격받기도 하고, 지적 장애 아동을 보고 절망하기도 하며, 변화가 더디고 무기력한 실직 가장을 만나 답답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곧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는 뇌졸중 어르신을 통해 삶의 치열함을 배우고, 몇 년이 지난 남편의 죽음을 아직 아이에게 말하지 못한 한부모가정 어머니가 그래도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지켜내는 그 힘을 느낀다. 무엇보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족에게는 천하보다 귀한 아들이고 딸이며 남편이고 아내라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삶, 특히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마음을 다해 바라보면서 학생들이 동시에 바라보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사람의 소중함이다. 그리고 그만큼 성장한다.

나는 앞으로 각 분야의 리더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게 될 학생들에게 입으로는 지식을 전하지만 마음으로는 학생들의 지식이 쌓여가는 것처럼 성장해가기를, 더 넓은 마음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 자신의 내면을 오랜 시간 들여다보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도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자신의 재능이 자기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기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길 소망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