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국 113개 대학 감사 중간결과 발표…
예산 부풀리기, 법인 부담 떠넘기기 등 편법적 재정운영 드러나

지난 3일(목) 발표된 감사원의 ‘대학재정 운용실태 중간 감사결과’로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대학이 예산을 속여 편성·집행하고 사립대 법인이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재정이 학생들의 등록금에 전가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산 부풀리기와 법인부담 떠넘기기는 등록금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전국 1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등록금 감사는 줄기찬 반값등록금 요구에 따라 등록금 산정 과정을 조사하고 대학 재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에서 실시됐다. 감사 분야는 등록금 및 대학재정 운용의 적정성, 법인 및 대학 재정집행 책임성 등으로 특히 등록금 재정 분석은 35개 대학(국공립대 6곳, 사립대 29곳)을 표본으로 선정해 시행됐다.

감사원의 ‘대학재정 운용실태 중간 감사결과’에 따르면 등록금 인상은 상당 부분 대학이 지출을 자의적으로 부풀려 책정하고 수입을 누락시킨 데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35개 대학의 최근 5년간 예·결산을 분석한 결과 모든 대학들이 예산을 편성할 때 지출은 실제 소요보다 많이 잡고 등록금 외 수입은 줄여서 계상(計上)해왔다. 이런 방식으로 5년 동안 거짓으로 부풀려 책정한 예산과 실제 회계의 차이는 6,552억원에 이른다. 일부 대학에서는 매년 등록학생 수가 증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데도 합리적 사유 없이 학생 수를 전년도 등록학생 수보다 14~29%까지 적게 추정해 등록금 수입 예상액을 낮게 잡기도 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대학 회계의 지출에서 수입을 뺀 ‘세입부족액’이 등록금 인상의 근거가 되는 만큼 이러한 예산 부풀리기는 바로 부당한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편 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대학 재정인 교비에서 빼가고, 교비회계로 들어가야 할 수입은 법인의 재산으로 돌리는 관행도 일반화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5조는 사립학교 운영에 필요한 시설·설비·재산을 갖추는 것을 학교 법인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립대 29곳 중 14곳이 대학 건설비의 99% 이상을 학생부담으로 돌렸다. 또 사립대 25곳은 재단의 최소 의무인 법정부담금마저 교비에 전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교나 부속병원의 시설사용료, 장학금 등의 용도로 기부 받은 재원을 대학 자산인 교비회계에 넣어야 함에도 법인의 수입으로 처리한 후 대학과는 아무 관련 없는 용도로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대학들의 편법적인 재정운영이 가능했던 이유로 등록금 책정·집행과 관련된 견제장치가 취약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선희 간사는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가 미흡하고 학내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내외부 감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더해 예산 세부항목들을 공시하도록 강제하는 규정도 없어 대학의 자의적인 예산 편성과 등록금 인상을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과부는 등록금 인상율이 법정 상한(2011년 기준 5.1%)을 초과하는 대학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해 행정·재정적 제재를 내리지 못했고, 사립학교법 31조에 명시된 외부감사 역시 감사결과 공시 등에 관한 기본적인 법제화가 답보 상태여서 형식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학생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등심위 역시 학생 측을 배제한 채 구성되거나 학생위원이 불참한 상태에서 등록금 인상안을 심의하는 등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실정이다. 고등교육법에는 등심위 운영과 관련된 조항이 있지만 이를 위반해도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이번 감사 결과로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은 교육의 질과 무관하게 대학의 편법에 의해 고속 인상됐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학의 등록금 산정과 재정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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