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집[jib]+고향[gohyang]

아일랜드 소설가 조지 무어는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세계를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집은 이미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을 안고 있지만 일상에 둔감해진 우리는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는 말이다. 지난 3일(수)부터 오는 27일까지 서울대 미술관 MoA에서 열리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집[jib]+고향[gohyang]」에서는 집이 연상시키는 다양한 감정을 비디오 아트, 설치미술 등 여러 형태로 표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사 다닐 때의 기분을 상상해보자. 누구나 짐을 다 빼 텅 빈 집을 보고 있노라면 공간 곳곳에 묻어 있는 추억의 무게에 놀랄 것이다. 집이 우리와 함께 추억을 나누며 성장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마크 보이의 영상작품 「주거 진화자」(①)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가 추구하는 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신혼부부를 위한 저렴하고 아늑한 작은 아파트가 어느새 어린 자녀와 뛰놀기 좋은 전원주택으로 변한다. 이후에는 노부부가 살기 좋도록 손이 덜 가는 자그마한 아파트로 되돌아간다. 이렇듯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집의 형태와 크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프레임 속 모든 집에는 공통적으로 가족을 가득 감싸는 포근함이 느껴진다. 우리가 작품 속 집에서 느끼는 포근함의 깊이는 그 집에서 가족들이 쌓은 추억의 무게와 같은 것이 아닐까.
집하면 생각하는 따뜻한 이름, 엄마. 정보영의 「한국적 구성」 (②)연작은 엄마의 따뜻함을 오늘날 아파트에 옮겨 오려는 고민이 담긴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의 소재를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이 쓰다 남은 천 조각을 한 땀 한 땀 이어 만든 조각보에서 찾았다. 아파트 평면도 모양의 조각보는 현관을 열고 우리를 반겨줄 엄마의 모습을 닮아 한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언제나 내 마음속에: 집[jib]+고향[gohyang]」에 전시된 예술작품들은 집에 대한 작가마다의 고유한 시각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집이 상징하는 편안하고 정겨운 감정을 그리워한다. 아무리 호화로운 호텔에 머물러도 자신의 집이 아니면 불편한 것도 이 의미로 설명될 수 있겠다. 집은 삶이 기억되고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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