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촛불집회

“해군기지 결사반대, 강정마을 사랑해요.” 바쁜 퇴근길에도 발길을 멈춘 시민들이 힘차게 외친 구호였다. 쌀쌀하게 몰아치는 칼바람에 준비한 책상과 스크린이 넘어지고 촛불도 켜기 어려운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참가자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주최측이 상영하는 제주 강정마을의 영상에 하나둘 모여든 시민들은 무차별적으로 추진되는 해군기지 공사현장과 반대하는 주민, 시민단체 사람들을 폭행하는 경찰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 9일(수)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수요평화촛불’이 주최하는 ‘제주해군기지건설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대화로 남북문제를 풀어가길 촉구하며 시작된 수요평화촛불은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이어지고 있다. 처음 1인 시위를 시작한 수요평화촛불 대표 이진호씨(32)는 “수요평화촛불은 전반적인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사건에 대해 촛불시위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주 강정마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서명운동과 영상 상영 등의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의견수렴절차,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공사 강행으로 강정마을은 영영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달 6일 해군은 강정마을 구럼비바위에서 시험발파를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항의를 표하던 종교인, 주민 10여명을 연행했다. 이후 지자체까지 나서 유감을 표했지만 11월 중순경 본발파를 진행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직접 강정마을에 다녀왔다는 시민 박수완씨(38)는 자유발언에서 “반대운동을 하는 종교인과 시민들을 향해 해군과 경찰들이 폭력을 자행하고 사소한 시비를 빌미삼아 무차별 연행을 일삼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강정마을의 대립상황을 어느 언론에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우리나라 사람보다 제주도를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이 반대 운동에 대해 더 잘 알고 이에 참여하고 있다”며 “해군기지 건설을 막고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수요평화촛불집회에 참여한 곽연정씨(서울방송고·18)는 “오늘 행사에서 접한 영상을 보고 나니 충격적이었다”며 “인터넷을 통해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요평화촛불 관계자 임기홍씨(정치학과 석사과정)는 “지금까지 받은 서명은 제주도강정대책위와 함께 청와대 민원실에 제출할 것”이라며 “오는 23일에도 연평도 포격 1주년을 맞아 보신각에서 ‘평화의 바다 서해, 평화의 섬 제주’라는 제목으로 촛불시위를 열고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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